남미 베네수엘라의 '냄비 시위'가 관심을 끌고 있다. 부정 선거 의혹 등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냄비나 프라이팬이 주요 시위 도구로 떠올랐다. 냄비 등 주방 기구를 두드리는 게 시위에 동참 또는 동의한다는 의미다. 텅 빈 냄비를 두드리는 것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불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로 풀이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남미의 전통"이라고 소개했다. 현지어로는 '카세롤라소'(cacerolazo)라고 부른다.
카세롤라소는 냄비를 뜻하는 '카세롤라'(cacerola)에서 나왔다. 하지만 냄비뿐 아니라 프라이팬, 주전자, 깡통 등 소리를 낼 수 있는 주방 기구가 시위에 총동원된다.
주방 기구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가 꽤 큰 소리를 낼 수 있고, 거리로 나가지 않아도 발코니 등에서 냄비를 두드리며 시위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도 '냄비 시위'가 확산한 이유로 꼽힌다.
냄비 시위는 중남미 각국의 현대사 주요 굴곡마다 등장해 왔다.
1964년 브라질에서 식량난을 우려한 주부들이 냄비를 들고 시위에 나선 이래 칠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등에서 일어난 정권 퇴진 운동에서도 어김없이 냄비가 등장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2000년대 초 냄비 시위가 이어졌다. 당시 대통령이던 우고 차베스의 퇴진을 요구하며 주민들이 냄비를 들고 나온 것이다.
당시 해를 넘겨 이어진 시위에 지친 시위대는 직접 냄비를 두드리는 대신 냄비 소리가 담긴 CD를 틀기도 했다고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승리, 3선을 확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냄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외침이 주민들이 거리에서, 또는 창밖으로 냄비, 프라이팬, 접시를 두드리면서 분노가 담긴 우레로 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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