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은퇴가 두렵다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중견기업 부장 김근심(가명) 씨. 그는 임금 피크로 업무가 줄어 입사 후 가장 홀가분하게 회사를 다닌다. 그런데 직장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퇴직 공포가 찾아왔다. 딸은 미혼이고, 아들은 2년째 취준생(就準生)이다. 자녀 뒷바라지와 노후를 생각하면 퇴직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 노인 빈곤율(40.4%)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사실도 불안을 키운다. 대학 졸업 뒤 30여 년을 사무직으로만 일했다. 이런 경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들다. 공업고를 졸업한 고향 친구가 부럽다. 그는 퇴직 후에도 별 어려움 없이 밥벌이를 계속하고 있다. 오늘도 근심 씨의 부질없는 걱정은 꼬리를 문다.

'2차 베이비 부머(baby boomer)'의 은퇴(隱退)가 올해부터 시작됐다. '베이비 부머'란 특정 기간에 인구가 급증한 세대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선 6·25전쟁이 끝난 뒤인 1955~63년에 태어난 세대가 1차 베이비 부머다. 이후 급속한 산업화로 연간 출생아 수가 90만~100만 명을 기록했던 1964~74년생들을 2차 베이비 부머라고 한다. 이들은 954만 명에 이른다.

2차 베이비 부머의 퇴장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부른다. 2차 베이비 부머들은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25%나 된다. 산업현장에 투입될 청년(12~22세) 인구는 2차 베이비 부머의 절반 수준이다. 산업계의 구조적(構造的) 인력난이 우려된다. 특히 청년층이 꺼리는 제조업 생산직의 경우 더 심각한 구인난을 겪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연구를 보면, 올해부터 2034년까지 이어지는 2차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연간 경제성장률을 최대 0.38%포인트 줄일 것으로 추정됐다.

2차 베이비 부머는 정년퇴직 후에도 일하기를 원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5∼79세 중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2012년 59.2%에서 2023년 68.5%로 높아졌다. 근로 희망 연령도 73세까지로 상승했다. 문제는 그전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여러 번 직업 갈아타기를 해야 할 '산업 대전환기'에 '하던 일'을 고수하는 것은 시대 역행(逆行)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역량이나 전문성과 동떨어진 저임금·저숙련 직종의 재취업은 사회의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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