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라는 꿈을 보고 달리다 보면 기회가 꼭 올 겁니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또 일을 냈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남자 단체전 올림픽 3연패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그 가운데는 대구 오성고 출신 선배와 후배인 구본길(35), 도경동(25)의 활약이 뒷받침됐다.
기자는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딴 구본길과 공동취재구역에서 얘기를 나눈 바 있다. 당시 대구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구본길이 고향 사람을 봐서 정말 반갑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 국제대회인 파리 올림픽에도 나서겠냐고 물었을 때 옆에 있던 오상욱이 '이 아저씨가 욕심이 참 많다"고 하는 바람에 다들 웃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구본길은 다시 올림픽에 나섰다. 그리고 개인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을 땄다. '맏형'이 돼 후배 셋을 이끌고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 위업을 이뤘다. 그리고 구본길은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구본길은 결승전을 치른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올림픽은 이게 마지막이다. 내가 선수 생활을 좀 더 할 수 있으면 나고야에 갈 수 있길 바란다.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구본길이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은 3개. 아시안게임에선 6개를 땄다. 나고야에서 우승한다면 아시안 게임 금메달 수는 7개가 돼 박태환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된다.
구본길의 고교 후배 도경동은 결승전에서 '특급 조커'로 활약, 우승의 디딤돌을 놨다. 30대29로 겨우 1점 앞선 상황에서 피스트에 올라 상대를 무실점으로 막고 5점을 내리 뽑아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이런 기세를 이어 한국은 결국 정상에 섰다.
오성고를 졸업한 도경동은 대구시청에 입단했다 군 복무를 위해 국군체육부대(상무)로 적을 옮겼다. 지난해 4월 입대한 도경동은 이번 활약으로 전역까지 약 2개월을 남겨둔 상황에서 조기 전역 혜택을 받게 됐다.
결승전 후 워낙 취재진이 몰린 탓에 구본길, 도경동과 따로 얘기를 나누는 건 어려웠다. 가까스로 잠시 만난 도경동에게 후배들을 위해 한 마디를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런던 올림픽 때 구본길 선배 등의 활약을 보면서 펜싱을 시작했다"며 "후배들 역시 지금은 좀 힘들더라도 올림픽을 꿈꾸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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