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동치는 美 대선]<중>‘동맹청구서’(6조) 트럼프와 ‘동맹 우선’(1조) 해리스

트럼프 재집권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략 대비해야
해리스 당선시 바이든 정부의 한미 동맹 계승할 듯
대북 정책은 트럼프가 오히려 전향적일 듯 “김정은과 잘 지냈다”

유세에 나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연합뉴스
"트럼프냐, 해리스냐"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한반도 정책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오는 11월 5일)가 95일 밖에 남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28일)에서 후보로 지명됐고, 민주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일부터 시작될 대의원 온라인 투표를 통해 공식 후보로 선출될 전망이다.

미국 대선은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전 세계 경찰국가이자 지구촌 국가 중 압도적인 영향력 1위의 초강대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에 미치는 여파도 크다. 동맹국인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바이든의 한반도 정책에서 큰 변하는 없지만 작은 조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두 후보의 대한반도 정책을 예상해, 그에 대한 다양한 대비책이 마련하는 게 윤석열 정부의 역할이다.

인디애나주 행사에 참석한 해리스 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유세에 나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연합뉴스

◆트럼프 재집권시 주한미군 방위비 대폭 인상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재집권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트럼프 후보 주변의 측근들은 '한국은 부자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국 방어에 대한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내며, "왜 우리가 남을 방어해 주어야 하느냐"며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J.D. 밴스 부통령 후보 역시 "미국 납세자의 관대함을 배반하는 무임승차 국가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방위비 5배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 이 취임하던 2017년 9천507억원에서 2023년에는 1조2천896억원으로 35% 이상 늘어났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나마 조정된 금액이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실패한 후 "말이 안 된다(Doesn't make sense)"며 "애초에 계획대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인 50억달러(6조9천400억원)로 올렸어야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더불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지 못한 바이든 정부를 향해 "멍청이"라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정규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는 "엄청난 동맹청구서가 날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지금부터 트럼프 재집권시 분담금 인상요구에 대한 딜(거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던 시절. 연합뉴스
인디애나주 행사에 참석한 해리스 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해리스 당선된다면, 바이든 정부 정책 계승할 듯

방위비 분담금 측면에서만 본다면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대한민국에는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직 정식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지 않은 탓에 구체적인 한반도 정책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정책 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체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반도 정책에서는 공고한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원활하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진보적인 성향의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했던 젠더, 인종, 문화, 소수자 정책 등에 대해 유지 또는 더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정부에서 굳건히 다져온 한미동맹의 근간을 바탕으로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한반도 정책을 함께 상의하고,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수직적 관계에서, 미국의 강경한 요구가 끌려 다닐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던 시절. 연합뉴스

◆대북 정책은 오히려 트럼프가 전향적일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내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바랄지도 모른다.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 전당대회 전후로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었다",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그와 잘 지내는 일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등 김 위원장에 대놓고 러브콜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시,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베트남 하노이, 판문점 회동에 이어 다시 한번 북미 정상간의 톱다운 방식의 직접적인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나라도 패싱 되는 일이 없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에는 현재의 대치 국면과 함께 대북 제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미·일, 북·중·러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국가의 삼각 공조 체제는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트럼프든 해리스든 누가 당선되어도, 북한의 핵이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의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옵션에 대해 열어 놓고 논의할 가능성도 높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국의 핵무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사실 한국의 상황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일방적인 양국 정상 간 소통을 시도할 경우 한국이 패싱 당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