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저질 유튜브가 된 국회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편파(偏頗)방송을 일삼는 저질 유튜버들이 많다. 어떤 현안이든 한쪽 면(面)만 본다. 자기 유튜브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말로 돈을 벌기 위해 전체 맥락을 왜곡(歪曲)하기 일쑤고, 가짜 뉴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개원 두 달이 된 22대 국회는 저질 '정치 유튜브'와 많이 닮았다. 토론, 양보, 타협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여론전(輿論戰)만 펼친다. 22대 국회 개원 이래 여야 정치인들은 하루 평균 6회 기자회견을 열어 자기편 듣기 좋을 말만 쏟아 냈다. 국회 상임위 청문회는 가관(可觀)이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게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했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 참석한 군 장성에게 "어디서 그런 버릇을.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야? 일어나 퇴장하라"고 지시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가훈이 정직하지 말자인가"라고 조롱했다.

유튜버들은 사업자다. 세금으로 제작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편파, 왜곡 방송은 지탄받아야 하지만 국회의원들에 견줄 일은 아니다. 의원은 국민투표로 선출됐고, 세금으로 월급과 각종 지원을 받으며, 막강한 권한까지 갖는다.(올 한 해 국회에 투입하는 세금만 7천677억원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이 민생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는커녕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인기몰이'에 몰두하는 것은 배임(背任) 행위다.(22대 국회 개원 이후 7월 31일 현재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5건이고, 그 5건은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송 4법이다. 모두 편파 유튜버들이나 좋아할 정쟁용 법안이다)

정치(政治)는 총포(銃砲)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이견·갈등·이해 충돌을 조정해 민생과 국가 현안을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국가 간 현안을 총포로 결판(決判)내지 말고 외교와 협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는 이유, 국회가 의석수로 밀어붙이지만 말고 타협하고 양보하기를 바라는 까닭은 참상(慘狀)과 파국(破局)을 막고 공생(共生)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타협과 협력은 고사(姑捨)하고 분열, 갈등, 혐오, 분노를 조장(助長)하느라 밤낮이 없다. 국회의원은 '정치'를 해야지, 저질 유튜버들처럼 갈등과 혐오 조장으로 '장사'를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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