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간첩을 간첩으로 처벌 못 하는 법률, 여야는 속히 뜯어고치라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의 첩보요원 신상 유출 사건을 계기로 형법과 군형법의 '간첩죄' 조항의 맹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군사기밀을 적(북한)이 아닌 외국에 넘겼을 경우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 검찰이 군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간첩죄(사형·무기징역)가 아닌 군사기밀 누설(10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혐의를 적용한 이유다. 그 군무원이 군사기밀을 넘긴 대상이 북한이 아닌 중국 국적자이기 때문이다. 넘긴 군사기밀이 북한으로 넘어갔는지 확인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군무원은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

이런 맹점의 책임을 놓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지목했다. 21대 국회에서 간첩법이 4건(민주당 3건, 국민의힘 1건) 발의됐지만 법안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입법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당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사이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법안 심사가 진전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진실은 다르다. 당시 법원행정처와 여야 의원 모두 법무부의 형법상 간첩죄 개정 취지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했지만 다른 법안과의 충돌 가능성, 법안의 적용 범위 등을 두고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간첩죄'의 맹점 책임을 두고 입씨름을 하는 것은 쓸데없는 정쟁일 뿐이다. 이미 22대 국회에 들어서 여야 모두 외국 등을 위한 간첩죄 신설 등을 담은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그런 만큼 처리에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이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안보에서만큼은 국가적 자해나 마찬가지인 행태를 접어야 한다. 방첩(防諜) 능력은 무너뜨리는 건 순간이지만 재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2020년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기능 폐지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또 국군기무사령부를 안보지원사로 개명하며 요원의 30%를 줄이기도 했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 이기헌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17명이 국정원의 조사권까지 박탈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정원이 안보 범죄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할 때 필요한 현장 조사, 문서 열람, 자료 제출 요구, 진술 요청 등의 조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骨子)다. 국정원의 손발을 완전히 묶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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