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좀처럼 반등을 못 하는 가운데 각국의 금리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일본이 '슈퍼 엔저'를 끝내기 위해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이 여파로 환율과 증시가 널뛰기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현장은 물론, 정책 당국에도 긴장감이 확산하는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주목할 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르면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부분이다.
9월 금리 인하 메시지가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1일 글로벌 증시와 외환시장이 들썩였다. 가장 영향을 받은 곳은 일본이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넉 달 만에 150엔 밑으로 내려가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 수개월간 이어진 '슈퍼 엔저'가 끝을 맞이하는 듯한 모양새다.
엔화 상승과 반대로 일본 증시는 급락했다. 닛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975.49포인트(2.49%) 하락한 38,126.33으로 마감했으며 토픽스지수도 3.24%나 떨어졌다. 일본 주요 수출주가 엔화 강세 여파로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다.
앞서 전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0.25% 정도로 인상하기로 했다. 2016년 2월 시작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8년여 만에 마무리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올린 것은 '슈퍼 엔저'를 끝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물가 정세가 우리 전망에 따라 움직인다면 계속 금리를 인상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우리나라는 일단 통화 정책의 여력이 커졌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미국 금리는 우리 금리 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며 "지금까지 한국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었지만 (미국 금리가 인하한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 교수는 또 일본의 금리 인상에 대해 "최근 각국은 글로벌 자본 이동에 대한 고민보다 내부적인 요인을 우선해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분위기"라며 "일본은 엔화 가치가 조금 오르더라도 무역수지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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