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 보이는 ‘슈퍼 엔저’…韓 산업계 “반사이익 누려볼까”

수출시장 가격 경쟁력 우위
대구 올해 3200만 달러 적자…소부장 강국 日 수입 의존 커
美서 일본 제품 선호 높지만 엔고로 부정적 영향 미칠 듯
코스피 이틀째 상승세 유지

성서산업단지
성서산업단지

엔화 가치가 저평가되는 '엔저 현상'이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일단은 나온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권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엔저가 끝났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 각 경제주체들의 신중한 행보가 요구되고 있다.

◆ 日과 경합도 높은 韓산업계 '기대감'

엔화 가치 상승은 국내 산업계에는 호재로 인식된다. 무역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의 대표적인 무역 적자국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일 무역수지는 18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원/엔 환율이 900원대 아래로 떨어지는 역대급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출 규모가 늘어도 실적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대구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대구의 올해 6월까지 대일 무역수지는 3천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적자 규모가 크다. 주요 수입품목은 기타플라스틱제품, 동조가공품, 기타유리제품, 금속절삭가공기계, 전동축 및 기어 등 순으로 집계됐다.

중간재 생산에 주력하는 하는 지역 산업계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인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향후 원/엔 환율이 상승할 경우 엔저현상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가 일부 개선될 수 있다.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시장에서 한일 '수출 경합도'는 2022년 기준 0.458로 나타났다. 2012년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일부 품목에서 평균치를 상회하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0.658), 기계류(0.576),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0.542) 등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엔화가치가 오르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고 지역 산업계는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 한 차부품사 관계자는 "이전에 비해 경쟁이 줄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엔저현상으로 강세를 보이던 기업들이 일부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 반대로 국내 기업은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슈퍼 엔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된 만큼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정책금리 인상에 따라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엔저현상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원화 가치도 동반 절하됐던 점을 고려하면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주력 수출 품목인 철강, 석유, 차부품 등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품목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변곡점 맞은 통화정책, 증시엔 '훈풍'

일본의 금리 인상 결정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금리 인하 시사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권시장도 상승세를 보였다.

1일 코스피는 이틀째 상승세를 유지하며 2,770대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99포인트(0.25%) 오른 2,777.68로 집계됐다.

지수는 전장보다 16.58포인트(0.60%) 오른 2,787.27로 출발해 장중 상승세를 유지했다. 개장 직후 2,794.11까지 올랐다. 하지만 장 중반 상승분을 대거 반납하며 2,772.97까지 하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인 끝에 강보합 마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검증(test) 조건이 충족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이르면 9월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국들이 통화 정책에 변화를 보이자 한국의 금리 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수출경합도= 양 국가의 수출 경쟁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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