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정민 기자의 봉주르, 파리] 나이 한계를 넘어선 여성들, 니샤렌과 토러시

룩셈부르크 탁구 대표 니샤렌에겐 6번째 올림픽
61살인데 64강 승리, 32강선 최강 쑨잉샤에 져
42살 토러시, 미국 농구 대표로 6번째 금 노려

룩셈부르크의 니샤렌이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 32강전에 출전해 세계 최강 쑨잉샤에게 패한 뒤 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룩셈부르크의 니샤렌이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 32강전에 출전해 세계 최강 쑨잉샤에게 패한 뒤 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맞나 보다. 생각이나 경험은 몰라도 신체적 능력이 중요한 스포츠 종목에선 이 말이 잘 들어맞지 않는데 이런 한계를 극복한 여성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룩셈부르크 여자 탁구 대표 니샤렌(61)은 환갑을 훌쩍 넘었다. 세계랭킹은 68위.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1986년 중국 탁구 대표에서 은퇴한 뒤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룩셈부르크인 남편을 만나 1991년 룩셈부르크에 정착했다.

룩셈부르크의 니샤렌이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 32강전에 나섰으나 패한 뒤 세계 최강인 상대 쑨잉샤와 중국 코치진을 찾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룩셈부르크의 니샤렌이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 32강전에 나섰으나 패한 뒤 세계 최강인 상대 쑨잉샤와 중국 코치진을 찾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니샤렌은 중국 대표로 뛰던 시절엔 올림픽에 나갈 수 없었다. 탁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게 1988 서울 대회부터여서다. 룩셈부르크 대표가 된 니샤렌은 도쿄 대회 때까지 올림픽에 5번 참가했다.

그는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삐약이' 신유빈(20)과 32강에서 맞대결을 벌여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선수다. 당시 신유빈은 17살. 둘의 승부는 올림픽에서 가장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수 간 대결(41년 1일)로 화제를 모았다. 그때 니샤렌은 신유빈에게 3대4로 패했는데 경기 중간중간 물 대신 콜라를 들이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룩셈부르크의 니샤렌이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 32강전에 출전해 세계 최강 쑨잉샤에게 패한 뒤 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룩셈부르크의 니샤렌이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 32강전에 출전해 세계 최강 쑨잉샤에게 패한 뒤 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파리 올림픽에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까지 올림픽 무대에만 6번째 섰다. 올림픽 탁구 최고령 출전 기록도 새로 썼다. 이번 대회 단식 64강전에선 시벨 알튼카야(31·튀르키예)를 4대2로 이기며 올림픽 탁구 역사상 최고령 승리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니샤렌은 32강에서 세계랭킹 1위 쑨잉샤(중국)에게 29분 만에 0대4로 완패했다. 예상대로 최강의 적수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그는 관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경기 후 니샤렌은 "쑨잉샤와 대결할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행복"이라며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7번째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니샤렌은 "2028년 LA 대회는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3년 전 도쿄 대회 후에도 "파리 대회가 정말 멀게 느껴진다"고 한 바 있다. 그래 놓고는 이번 대회에 룩셈부르크 선수단의 기수 역할까지 맡았다. 게다가 룩셈부르크에선 그를 이길 선수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여자 농구 대표팀의 베테랑 다이애나 토러시. 연합뉴스
미국 여자 농구 대표팀의 베테랑 다이애나 토러시. 연합뉴스

농구는 빠르게 경기가 전개되는 데다 몸싸움도 적지 않다. 격렬한 종목에서 마흔을 넘어서까지 활동하는 선수가 있다. 더구나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팀에서 당당히 주전이다. 미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베테랑 다이애나 토러시가 그 주인공이다.

토러시의 활약은 나이를 잊게 한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사상 최초로 통산 1만 득점을 돌파했고, 2004 아테네 대회부터 지난 도쿄 대회까지 연속으로 출전해 금메달 5개를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도 참가, 6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여자 농구 대표팀의 다이애나 토러시(왼쪽 앞)와 동료 선수들.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여자 농구 대표팀의 다이애나 토러시(왼쪽 앞)와 동료 선수들. 연합뉴스

토러시는 3년 전 도쿄 대회 때 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프랑스 파리를 좋아한다. 파리에서 만나자"고 했다. 당시 이미 30대 후반의 나이. 그의 얘기에 크게 무게를 두긴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토러시는 자신이 한 말 그대로 파리에 진짜 왔다.

토러시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엔 더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선수 생활 자체를 접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토러시는 "나이 든 기자들에게 그만 마이크를 내려놓으라고 한다면 무례한 것"이란 말로 계속 코트에 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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