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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귀하다…신간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

접시꽃에 앉은 꿀벌. 연합뉴스
접시꽃에 앉은 꿀벌. 연합뉴스
김영사 제공
김영사 제공

사람들은 곤충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거나 징그럽고 피해를 유발하는 벌레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 주거 지역에 대거 출몰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동양하루살이나 '러브버그'로 불린 붉은등우단털파리는 굳이 분류하자면 익충이다.

따지고 보면 곤충이 지구에서는 인간의 선배이다. 지구가 탄생한 지 24시간이 됐다고 가정하면 곤충은 오후 9시 50분에 지구에 출현했고 인간은 오후 11시 58분에서야 지구의 구성원이 됐다고 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지구상의 동물은 약 150만 종인데 곤충은 그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00만종이다. 시각을 바꾸면 곤충이 지구의 최대 주주인 셈이다.

곤충학자인 정부희는 신간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김영사)에서 성장, 먹이 생활, 짝짓기와 번식 등 곤충의 생태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간의 눈으로 곤충에 대한 호불호를 재단하는 것은 오만하고 속 좁은 일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곤충으로 귀뚜라미의 사촌 격인 꼽등이를 꼽을 수 있다. 거무칙칙하고 등이 심하게 굽었으며 다리는 기묘하게 길게 생긴 데다가 습하고 어두운 곳에 서식해 귀염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꼽등이는 독이 없고, 사람을 물지 않으며 전염병을 옮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아끼는 식물을 뜯어 먹지도 않는다. 꼽등이는 주변에 널린 작은 생물의 사체나 음식쓰레기를 눈에 띄지 않게 먹어 치우는 생태계 청소부이다.

곤충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생존과 번식이다. 밑들이라는 곤충은 번식을 위해 선물도 한다. 밑들이 수컷은 짝을 찾기 위해 나방, 나비 애벌레, 죽은 곤충 등 먹잇감을 준비한다. 암컷이 선물을 받아들여 식사를 시작하면 그사이에 수컷은 짝짓기를 시작한다. 암컷은 먹이를 구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먹이로 번식에 필요한 영양을 보충할 수 있으며 수컷은 자기 유전자를 남길 기회를 얻은 것이라서 서로에게 좋은 일인 셈이다. 춤파리는 수컷은 통상 춤으로 암컷의 환심을 산다. 그 가운데 힐라라 속(屬)의 어떤 춤파리 수컷은 먹이가 될 작은 곤충을 잡아 와 암컷을 유혹하기도 한다.

곤충은 생태계에도 기여하고 있다. 꽃가루를 옮기며 지구상에서 가장 유능한 식물 중매쟁이 역할을 한다. 책은 식물이 예쁜 꽃을 피우는 것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곤충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곤충 덕분에 인간이 꽃을 즐기는 셈이다.

그런데도 식물 이파리나 꽃 등을 갉아먹는 벌레는 적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한 마리씩 내동댕이쳐서 짓이기는 것은 물론이고 살충제를 뿌리도록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작물의 70%가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된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식량 조달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꿀벌 소멸은 임박한 위험이다. 2006년 겨울에서 2007년 봄 사이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북반구의 꿀벌 4분의 1이 사라지는 군집붕괴현상이 벌어졌으며 지금도 곳곳에서 살충제의 영향으로 꿀벌이 죽어가고 있다고 책은 경고한다.

책은 곤충을 자세히 살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기후 온난화, 동식물 멸종 등 생태계를 뒤틀고 있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단지 징그럽다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물이라 업신여기며 곤충을 한 방에 제압하는 인간도 저 멀리 우주에서 보면 미물에 불과합니다."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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