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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혁신이 가져온 변화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지난달 26일 개막한 제33회 파리올림픽으로 인해 전 세계의 이목이 프랑스로 집중되고 있다. 다양한 방송매체에서 실시간으로 올림픽의 소식을 전하며 아름다운 파리의 전경을 송출할 때면 늘 프랑스와 파리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에펠탑을 볼 수 있다. 음악, 미술, 문학과 같은 예술 장르를 비롯해 철학, 미식, 패션, 영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의 힘을 보유한 프랑스이지만 그중에서도 에펠탑은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인류가 탑을 건설하는 이유는 복합적이고 다양하지만 국가와 도시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인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구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 1832~1923)이 건축하였으며 1930년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 41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파리에 즐비한 유서 깊은 석조 건물들 사이에서 철골만으로 이루어진 300m 높이의 에펠탑은 건립 계획 당시부터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는데 특히 안정성과 미학적 측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에펠탑은 철제 트러스 구조의 극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트러스 구조는 기하학적으로 변형되지 않는 가장 기본적 형태인 삼각형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높은 내구성과 강도를 유지하며 모듈화된 설계를 통해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조립이 가능하고 이동과 설치가 용이해 다용도로 널리 사용된다.

또한 기하학적 패턴과 대칭성, 투명성과 공간감, 선과 형태의 미학, 재료의 질감과 색채, 세련된 디자인, 세밀한 디테일 등을 통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구스타브 에펠은 기술의 진보뿐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미적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에펠탑을 국가의 문화적 상징으로 거듭나게 했다.

오랜 관습과 규범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는 기존의 가치와 충돌하며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펠탑이 건설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과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행사의 상징이자 전례 없는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척도로서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공동의 목표를 전략적으로 피력함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설계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반대 의견을 해소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에펠탑의 건설은 프랑스 사회의 기술적 진보와 현대화를 이끌어낸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당장의 반대와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비전과 인내심을 가지고 미래의 가치에 투자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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