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25만원 법’으로 북핵 무력화 공작을

이정훈TV 대표
이정훈TV 대표

한자문화권에선 '전략(戰略)'이란 단어가 없었다. 전략은 개화기 일본의 학자들이 영어 strategy를 그 개념에 맞춰 번역하면서 만들어낸 근대 한자어이다. 한자문화권엔 책략(策略)이 있었지만 책략은 당장의 문제를 푸는 꾀나 계략에 가깝다. 지금 모략(謀略)은 '상대를 해롭게 하는 속임수'로 쓰이고 있지만, 고대에는 모략이 strategy에 근접한 개념으로 사용된 것 같다.

손자는 "백전백승은 최선책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책이다"(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고 한 후 "최고의 병법은 상대의 모략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상대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고, 그다음은 상대의 병력을 치는 것이고, 마지막이 상대 주민이 사는 곳을 쳐들어가는 것이다"(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라고 했다.

손자는 적군과 싸워 이김으로써 적의 땅을 빼앗아 들어가면 상대는 살려고 극강의 저항을 하고, 자기 가족과 동족을 죽인 것에 대한 원한 때문에 항복해도 언젠가는 배신을 할 것이니, 이겨도 우리의 희생이 크다고 봤다. 그 때문에 이길 능력을 가졌다면 굳이 죽이는 싸움을 하지 말고 위력을 가해 고립시키고 모략을 무력화하는 데 집중하라고 했다. 그래야 굴복한 상대는 저항심을 갖지 못하고 동화될 수 있다고 봤다.

냉전 종식 후 북한 김씨 집단의 생존 전략은 핵무장이었다. 핵을 갖고 있으면 한국은 물론 미국의 침략을 받지 않고 북한 인민의 배신도 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트럼프를 마주한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 체제를 인정해 주면 핵을 폐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핵을 매개로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해 미국과의 전쟁 상태를 끝내고 평화 상태로 옮겨 감으로써 김씨 체제를 공고히 하며 북한을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트럼프는 이를 들어줬지만 선후에서는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 체제를 인정해 줘야 핵을 폐기할 수 있다고 했는데, 트럼프는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해야 북한 체제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선후 차이는 누구도 풀 수 없기에 하노이 노딜이 만들어졌다. '친북'이었던 문재인 정권도 이에 대해서는 감히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한반도 종전선언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하늘이 풀어 줘야 하는데 올여름 하늘이 그런 기회를 내려 주었다. 이번 여름 우리는 유례없이 긴 장마를 겪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이는 박정희 때 시작해 이명박 시절 얼추 마무리한 4대강 개발 덕분이다. 핵 개발에 몰두했던 북한은 달랐다. 북한은 압록강의 범람으로 신의주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며 그 모습을 스스로 공개했다.

현장으로 달려간 김정은은 수해 방지에 실패한 노동당 간부를 해임하고 고무보트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래야 가족과 재산을 잃은 북한 인민들의 배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북한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북한은 이번 수해로 입은 인명과 재산 손실이 적다고 주장하지만 그 피해는 원폭을 맞은 것보다 클 수 있다. 장마 중에도 오물 풍선을 띄웠던 북한은 오물 풍선 공격을 중단했는데 이는 북한 전역에서 홍수가 일어났다는 암시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만 참석한 국회 본회의에서 '25만원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25만원을 고대하는 국민도 있겠지만 "겨우 잡은 물가만 올라가고 실익이 적다"며 반대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주려면 13조원이 필요한데, 13조원은 610조원 남짓한 정부 예산의 2% 정도에 해당한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통일을 위해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이 13조원을 확실하지 않은 경기 진작을 위해 쓰지 말고 북핵 문제 해결 용도로 사용해 보자는 것이다.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에 대해 결정적인 정보를 갖고 오는 귀순자에게 1조원, 김정은을 제거한 북한 용사나 세력이 있다면 무조건 10조원을 준다는 심리전을 해 보자는 것이다. 100억원을 쓰면 김씨 정권이 하천 개발을 하지 않아 수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릴 삐라를 만들어 북한 전역에 뿌리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는 북핵이 김정은 정권을 지켜 주지 않는다는 모략을 펼쳐야 한다. 김씨 정권은 북한 주민이 붕괴하게 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5만원으로 인심을 사는 잔꾀를 부리지 말고 남북통일을 기획하는 대모략을 펼쳐 봤으면 한다. 진짜로 다음 대통령을 꿈꾼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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