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대의 창] ‘법 깡패’의 활극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와 함께 현대 민주주의 국가 체제의 양 수레바퀴다. 법치주의는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막고 모든 것이 법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데서 출발했으며, 궁극적으로 만인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권력이 있으면 법의 처벌을 피하고 권력이 없으면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법치는 무너진 것이다. 법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결국 가장 약자인 서민이 피해를 본다. 나라의 근간인 헌법과 법 질서를 믿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법을 무시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이들,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 즉 '깡패'의 무법천지가 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그 권력으로 법치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목표는 오직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적 심판을 막는 것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현재 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 상식에 비춘다면 벌써 대표를 사임하는 게 맞았겠지만 정반대다.

이 전 대표는 권력을 내려놓고 법의 심판 앞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심판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더 많은 권력을 갖고자 했고, 그 권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대선에 떨어진 이 전 대표는 보궐선거에 나서 국회의원이 되었고 당 대표에 도전해서 대표가 되었다. 대표가 되고 나서는 기소가 되면 당 대표를 내려놓아야 하는 당헌 당규를 고쳐 기소가 되어도 대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 선거의 공천권을 쥔 권력으로 이제는 민주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을 통째로 '방탄'에 이용했다. 이재명 전 대표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치를 농간한 행태는 그동안 먼지처럼 수북이 쌓였다. 자신의 국회 체포 동의안에는 '민주 투사 코스프레'를 하며 밥을 안 먹겠다고 맞섰다. 재판 불출석은 밥 먹듯이 했다. 불리한 상황이 예견되자 재판부도 바꾸려 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대장동 사건'을 병합해 달라는 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했다. 재판부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하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판결하자 덜컥 겁이 났을 게다.

이재명 전 대표는 10월 경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의혹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역시 너무나도 오래 끌었다. 선거법 위반 재판은 기소된 후 6개월 안에 1심이 선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2년이 넘게 지연시킨 것이다.

대표를 연임한다며 대표를 그만뒀던 이 전 대표가 다시 대표로 뽑히는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최고위원으로 나온 사람들도 '내가 더! 이재명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걸로 경쟁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어 비로소 처벌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꿈꾸는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은 현재 투트랙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정치 호사가와 평론가들은 말한다.

플랜A는 재판을 끌어서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 나가는 시점까지 1심 선고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다. 재판을 끄는 걸로도 불안하니 민주당은 아예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탄핵했다. 피의자가 검사를 포승줄로 묶는 기괴한 퍼포먼스다.

플랜B는 조기 대선을 치르는 전략이다. 버젓이 임기가 남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즉 탄핵을 하는 것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 전 대표는 재판이 진행되는 중 무사히(?)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민주당은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며 국회 법사위에서 자신들만의 청문회를 했다.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 동의 청원' 청문회라는 일종의 '민심을 떠보는' 탄핵 예행 연습이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최소한 대통령이 법을 어긴 명백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법률 위배'(헌법 제65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없는 죄도 어떻게든 만들어 보겠다는 결기(?)다.

이 모든 것이 법을 무시하고 법을 깔아뭉개는 깡패들의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깡패란 폭력을 써 이득을 취하는 무리다. 민주당의 행태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를 동원하고 있으니 '법 깡패'라 완화해 칭해야 할까. 무법천지 법 깡패의 활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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