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의 주인공 로기완은 탈북민이다. 어머니와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혈혈단신 벨기에로 향해 살아남으려 애쓴다. 송환은 어머니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영국에 정착하며 해피엔딩을 맞지만 대한민국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알려 주지 않는다. 그 답을 우리 국회가 잘 알려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냐"는 극언(極言)을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말이었다.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에게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무안을 주는 등 잦은 막말로 지탄(指彈)받던 터였다.
박 의원이 "한 인간에 대한 심각한 인신공격, 명예훼손, 집단 공격 인민재판이 아닌가"라고 하자 반발하며 뱉은 말이었다. 박 의원은 2009년 탈북해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최 위원장은 사과하며 속기록에서 발언을 지워 달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3만 명이 넘는 '로기완들'은 치욕적인 공포감을 느껴야 했다.
탈북민을 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차별과 무시는 적개심(敵愾心)에 가깝다. 1989년 전대협 대표로 평양에 갔던 임수경 씨는 2012년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뒤 탈북 대학생에게 '변절자'라 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에게 '쓰레기' '부역자', 심지어 '빨갱이'라 외친 것도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하자는 북한인권재단 출범도 8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12명의 재단 이사 중 10명을 여야가 5명씩 추천하도록 했지만 민주당은 추천을 미뤄 왔다. 근거법인 북한인권법이 2016년 3월 통과된 직후 치러진 총선부터 국회 원내 1당을 거머쥔 민주당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장이 민주당에 이사 추천을 촉구해 절차를 조속히 완료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의결한 게 지난해 9월이었다. 민주당은 꿈쩍도 않는다. 북한 지도부와 환담하며 한민족이라 목청을 높이다 북한 주민 인권 이야기에는 입을 꾹 다문다. 괴상(怪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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