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가정폭력 겨우 벗어났더니 생활고·자녀 일탈 덮쳐

소개팅에서 만난 전 남편 스토킹과 협박 못 이겨 결혼
어렵게 이혼했지만 또 폭행 당해…아이들 데리고 복지시설로 도망
극심한 우울감 속 내년 퇴소 앞둬…새집 마련과 둘째아이 치료 걱정

유지은(가명·46) 씨가 방학을 맞은 두 아이와 함께 자택에서 생활하는 모습. 김지효 기자
유지은(가명·46) 씨가 방학을 맞은 두 아이와 함께 자택에서 생활하는 모습. 김지효 기자

다 참고 살아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게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최선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협박과 범죄, 폭력을 일삼는 사람은 바뀌지 않았고, 유지은(가명·46) 씨를 향하던 전 남편의 폭력은 지은 씨의 아이에게까지 이어졌다. 더는 참을 수 없어 도망을 결심했지만, 어딜 향하든 전 남편의 스토킹과 협박은 계속됐다. 언제 그가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생활고 속에서 두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 지은 씨. 아이들이 자신 대신 돈 걱정을 하거나 학교에 적응을 못 하고 밖으로 나도는 게 자꾸만 자기 탓 같아 괴롭다.

◆협박으로 인한 만남과 결혼…끊이지 않는 가정폭력과 스토킹

경북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지은 씨는 언제나 어머니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아버지와 남동생을 병으로 일찍 떠나보내고, 아픈 오빠를 대신해 직장을 다니며 어머니께 월급을 꼬박꼬박 보내는 듬직한 딸이 바로 지은 씨였다.

30대 초반에 지인이 주선한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 그가 지은 씨가 겪게 된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다. 지은 씨는 소개팅으로 만난 연인에게서 지독한 스토킹과 협박을 당했다.

착실하고 다정한 줄 알았던 그는 관계가 깊어지면서 차츰 본색을 드러냈다. 전화를 안 받자 직장까지 찾아와 만남을 종용하고, 돈과 자동차를 내놓지 않으면 직장에 행패를 부리겠다고 지은 씨를 위협했다. 자신의 직장은 물론 본가 주소까지 모두 알고 있던 그가 어떤 해코지를 할 지 몰라 지은씨는 늘 끌려다녔다.

그러다 아이가 들어섰고, 지은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남자의 요구로 동거를 시작했다. 남자는 상환 능력도 없으면서 지은 씨 명의로 불법대출을 잔뜩 받으러 다녔다. 그러고도 돈이 다 떨어지자 축의금을 노리고 결혼식을 종용했다. 남자의 폭력이 무서웠던 지은 씨는 양가 친척 앞에서 식을 올리고 그와 부부가 됐다. 협박 당하고 맞고 산다는 말은 가족에게 하나도 하지 못했다. 남자가 자신과 가족들을 찾아와 해코지할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남자는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과 지은 씨 친정어머니에게 찾아가 몰래 뜯어낸 돈까지 모조리 도박으로 탕진했고, 마약에도 손을 대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지은 씨는 부른 배를 부여잡고 음식점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다. 출산 이후 남자가 아이에게까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자 지은 씨는 도망을 결심했다.

둘째를 임신한 채 보호소를 전전하다 찾은 여성의 집에서 변호사 지원을 받아 남자와 협의이혼을 했지만, 남자는 여전히 지은 씨가 사는 집에 찾아와 폭력을 일삼았다. 결국 지은 씨는 또다시 도망을 택했고, 짐 하나 없이 갓난아이들을 데리고 찾은 사회복지시설에서 겨우 잠깐의 안정을 찾았다.

◆당장 급한 주거지 마련, 그보다 더 급한 둘째 아이 치료

지은 씨는 5년 전 소망모자원에서 퇴소하며 대구 가족센터의 한부모주거지원사업으로 지금 사는 집을 얻었다. 내년 4월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아이 둘과 함께 살 새집을 위한 보증금 마련이 요원하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들은 디저트 수업과 자립 및 창업지원금 등을 바탕으로 차린 마카롱 가게 매출이 코로나 이후 바닥을 기면서 생활고가 심해졌다. 생계급여 등 정부 보조금과 월 50만원 이하 가게 매출을 합해도 세 가족이 생활하는 고정지출보다 적은 금액이다.

지은 씨는 가게와 집 월세를 번갈아 밀리면서 간신히 내고 있고, 도시가스와 전기요금도 끊기기 직전에야 겨우 지급하는 지경이다. 지인과 친정어머니에게 현금과 카드를 빌려 겨우 생활하는 중 지은 씨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거래처 주문 취소를 당해 500만원의 금전 손해를 봤다.

홀로 10대 남아 둘을 키워야 하기에 육아 고민도 상당하다. 첫째 아이는 고생하는 엄마를 보며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한창 친구를 중시할 시기에 돈 걱정을 하느라 친구들과 놀러 가는 자리에서 슬쩍 빠져나온다. 둘째는 ADHD와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은 데다 학교 부적응으로 가출 등 일탈을 일삼아 지은 씨 속을 썩이고 있다.

지은 씨는 둘째를 찾으러 나갔다가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2주 동안을 '결혼 이후 가장 행복했고 편했던 시기'로 느꼈을 정도로 심적으로 위기에 몰려 있다. 극심한 우울감과 3년 전 발병한 당뇨도 치료가 시급하지만, 지은 씨에게 자신의 건강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전 남편이 교도소에서 출소하기 전에 세 명이 살 집을 마련하는 것도 큰일인데다, 둘째를 치료시키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

가족들의 도움도 받기 어렵다. 하나 있는 오빠는 현재 간경화 말기로 지은씨의 노모가 병원비와 간호를 도맡고 있다. 지은 씨는 요즘 부쩍 거듭된 불행이 다 자신의 탓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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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암투병에 홀로 3남매 양육하는 민세빈 씨에 2,614만원 전달

남편 외도·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뒤 육종암 걸려 생계 막막한 민세빈 씨(매일신문 7월 23일 10면 보도)에게 2천614만5천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유주영 30만원 ▷정원수 10만원 ▷하혜련 5만원 ▷나선희 3만3천원 ▷박명호 3만원 ▷이강준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김원일 2만원 ▷신종욱 2만원 ▷김리나 3천원 ▷이장윤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자녀 가구 가장 이우주 씨에 2,396만원 성금

허리디스크·당뇨로 몸 아파 생활고를 겪는 다자녀 가구 가장 이우주 씨(매일신문 7월 30일 10면 보도)에게 47개 단체, 107명의 독자가 2천396만8천606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재)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아이엠뱅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다우약품(윤종규)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윤남귀)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하람산업(김병윤)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세계로약국(박태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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