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60> 루이지 덴차의 나폴리 칸초네 '푸니쿨리 푸니쿨라'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이탈리아 나폴리 전경. 클립아트 코리아
이탈리아 나폴리 전경. 클립아트 코리아

체온을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기후 변화는 인간의 모든 경제활동이 지구의 표면을 바꿔 놓은 현상이다. 최근 과학 기사에 따르면 지구의 표면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고 지구 온난화로 자전 속도의 변화까지 감지되었다고 한다.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산업의 방향성과 소비 패턴은 획기적으로 바뀔 기미가 없는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낙천적 전망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사건을 우공의 지나친 근심이라고 판단하는 것인지.

6년 전 여름, 로마에서 독일로 가는 여행 일정을 잡았다. 전세계에서 여행객이 몰려들어 복잡하고 화려한 로마와 달리 독일은 어느 지역이나 차분하고 조용했다. 로마는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들떠있는 도시였는데 북독일은 수시로 비가 내리는 무채색의 도시였다. 알베르 카뮈는 당대 유럽의 갈등에 대해서 독일 이데올로기와 지중해 정신 사이 투쟁의 역사라고 했다. 그는 지중해 정신으로 전통, 자연, 성숙한 사나이의 힘, 삶의 흐름 속에서 굳세어진 용기 등을 들었다.

루이지 덴차(Luigi Denza)의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ì, Funiculà)'는 이탈리아적인 색채와 정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1880년 나폴리시는 베수비오산 정상까지 산악 철도를 깔았다. 산악 철도는 험난한 경사면에서 위아래로 견인하는 방식의 철도다. 베수비오산은 폼페이를 멸망시킨 활화산으로, 시민들은 화산 폭발을 우려해서 산악 철도를 이용하지 않았다. 나폴리시는 시민들의 불안을 달래고 철도를 선전하기 위해 덴차에게 홍보용 음악을 의뢰했다. 이 곡은 발매된 지 1년만에 100만 장 이상이 팔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화산의 분화가 흡수하고 저장한 것들을 분출하는 것이라면 '푸니쿨리 푸니쿨라' 또한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노래다. 펄펄 끓어오르는 여름, 불의 시간을 견디다 보면 이 노래가 저절로 떠오른다. '푸니쿨리 푸니쿨라'에는 긴 장마와 불볕더위가 합심 협력해서 만든 탐욕스러운 불의 제국과 제국의 날름거리는 혓바닥이 느껴진다. 화산이 분출하는 산 정상으로 올라가자고 재촉하는 이 곡에서는 카뮈가 말한 성숙한 사나이의 힘과 두려움 없는 굳센 용기와 외향적이고 낙천적인 나폴리인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것이 나폴리 칸초네의 진정한 매력인 것 같다.

나폴리 칸초네는 나폴리 특유의 방언으로 부른다. 외국인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지역 방언이 주는 풍미와 인간미가 음악을 토속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만드는 요소가 된다. 화산이 분출할 때면 굉음이 쏟아지고 불꽃이 튀어오르며 용암이 흘러내린다. 불은 남성적이고 활발하며 민첩하다. 불길을 뿜는 여름을 피해 에어컨 바람 아래서 안전한 피서를 할 것인가. 아니면 엠페도클레스가 화산으로 뛰어들었듯 여름 속으로 뛰어들어 불길 속에 나를 태우며 여름의 일부가 될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을 '푸니쿨리 푸니쿨라'가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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