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에서 구매한 수천억원 규모의 상품권과 여행 상품에 대한 피해 구제(救濟)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티몬을 통해 상품권을 구매했는데, 티몬이 여행업체나 판매사 등에 정산금을 주지 않자 판매사들이 상품권을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소비자들은 결제 취소나 환불을 요구해야 하는데 일반 물품에 대해선 선뜻 결제 취소와 환불을 결정한 지급결제 대행사(PG사)들이 상품권과 여행 상품에는 난색(難色)을 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일반 물품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이상 PG사에 결제 취소 및 환불 의무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핀(PIN) 번호가 찍힌 상품권. PIN은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 즉 개인식별번호(個人識別番號)라는 뜻인데, 여기에선 상품권 고유 번호라는 의미다. 핀 번호를 누군가에게 전달했다면 상품권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만 PG사 결제 취소 대상이다. 그런데 핀 번호가 찍힌 상품권은 소비자가 아직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구매가 이뤄진 이상 '물품의 판매'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품권의 경우 핀 번호가 아예 발송(發送)되지 않았다면 용역 및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PG사의 환불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핀 번호가 전달된 경우에는 상품권을 쓰지 않았더라도 판매 절차 완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품권 미사용 부분에 대해선 PG사가 아니라 상품권 판매업자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상품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쟁점 사안이다.
PG사 환불 대상에서 제외된 소비자는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해야 한다. 소비자원은 10일까지 여행·숙박·항공 관련 상품 집단분쟁 조정 신청을 받는데, 3일까지 벌써 3천300건을 넘어섰다. 소비자와 사업자가 동의해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和解)의 효력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소비자에 대한 보상도 권고(勸告)할 수 있어 일괄(一括) 해결이 가능하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상품권 규모가 1천850억원가량이며, 여행 상품 등을 포함하면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평소 신경조차 쓰지 않던 핀 번호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눈물을 쏟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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