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신을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한 국민’이라는 이재명, 부끄럽지 않나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 경선은 흥미 유발 요소가 전혀 없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어서 그렇다. 30% 아래로 떨어진 권리 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이를 방증한다. 당원조차 이러니 일반 국민의 무관심은 오죽하겠나. 전국 순회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사실상 차기 당권을 거머쥐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 후보가 지난 4일 광주 경선 연설에서 한 말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그나마 일반 국민의 관심을 끌 만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광주는 일베나 다름없던 공장 노동자 이재명을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고 했다. 광주 시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길이 없지만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라는 자기 규정만큼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가 민주화운동 경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오래된 논란이지만 이를 접어두고 최근 행보만 봐도 과연 이 후보가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있기나 한지 회의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후 7건의 탄핵안과 9건의 특검법을 쏟아냈다. 그 내용은 민주주의 핵심 원칙인 삼권 분립을 위배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민주당은 이를 여당과 협의 없이 야권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주주의가 아닌 머릿수를 앞세운 의회 독재(議會獨裁)였다.

이 후보는 대장동 비리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등 7개 사건, 10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모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행위와 연결시킬 것은 하나도 없는 범죄 혐의 때문이다. 양심범도 정치범도 아닌 '잡범'인 것이다. 이런 곤욕을 벗으려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 '검찰 독재'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 재판 지연을 위해 온갖 꼼수도 쓴다.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법치의 조롱(嘲弄)이자 파괴이다.

이런 행태 그 어디에서 '민주주의'를 읽을 수 있나?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란 자기 선전(宣傳)은 정말로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에 대한 조롱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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