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일류가 된 스포츠, 정치가 배워야

파리 올림픽에서 보여 주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善戰)에 국민적 성원이 커지고 있다. 여론의 높은 호응도는 실력 중심 대표 선발 원칙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특히 총(사격), 칼(펜싱), 활(양궁) 세 종목의 대표 선수들은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양궁은 다섯 개의 금메달 모두를 휩쓸었다. 압도적 결과물의 바탕에는 철저한 실력 중심 대표 선발 과정이 있었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혈연, 학연, 지연이 발 붙일 틈이 없는 것은 기본값이다. 이전 대회 성적이나 기여도 역시 배제됐다. 암전(暗轉)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 정치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부분이다.

여자 단체전 올림픽 10연패의 양궁 대표 선발 방식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3차에 걸친 선발전으로 부족해 두 차례의 평가전을 거쳐 태극마크 부착 자격을 확정했다. 3년 전 도쿄올림픽 3관왕 안산 선수를 파리 올림픽에서 못 본 이유다. 사격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 선발전 방식을 바꿨다. 실전인 올림픽처럼 결선 방식을 도입했다. 펜싱도 도쿄 올림픽 대표가 거의 없다.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이뤄졌다.

파리 올림픽의 성과가 아니더라도 실력 중심 선수 선발의 결과를 우리는 안다. 2002년 월드컵 축구 대표팀 구성이 그랬다. 벽안(碧眼)의 지도자 거스 히딩크는 한국축구협회의 간섭을 백안시(白眼視)하다시피 했다. 실력만으로 선수를 선발해 집중 훈련을 거쳐 세계 무대에서 경쟁했을 때 우리는 일류(一流)로 올라설 수 있었다. 공정한 대표 선발이 세계 일류로 가는 첫 단추다. 다른 외압은 없어야 한다.

스포츠와 정치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지만 탄핵 구호와 국회 청문회로 점철된 현재 정치권이 반추해 볼 부분이다. 진영 논리 앞에 상대 측 인사를 무조건 반대하고 끌어내린다. 적합한 사람을 기용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헌법과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했을 때 취할 수 있는 게 탄핵인데 자당 인사들을 '괴롭혔다'고 탄핵하겠다고 한다. 수시로 원칙을 깨며 아직도 사류(四流)인 정치가 일류가 된 스포츠를 배워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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