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이 세대는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나라를 되찾은 선열들의 뜨거운 감격과 기쁨이 느껴지는 8월이다. 광복 79주년을 맞은 우리는 세계 10위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며 산업화, 민주화를 성공시킨 모범 국가로 회자되고 있다.

대륙·해양 세력이 맞닿는 반도의 나라가 5천 년 역사에 970여 차례 외침에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자동차 생산 5위, 국방력 5위, K-원전, K-팝, K-푸드 등 K-문화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민족 뿌리 홍익인간의 DNA가 자리하며 국가·민족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선진국 대열 진입이라는 성취감에도 불구하고 향후 국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18년째 세계 최저 출산율에 중세 흑사병이 소환되는 지구상 소멸 1위, 그리고 전국 130개 시·군·구의 인구 소멸증에 핵 보유국 북·러의 군사 자동 개입 동맹조약은 한반도 안보를 안갯속으로 몰고 있다.

경기 침체에 서민들의 힘든 삶 너머로 "한국 경제는 정점을 찍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피크 코리아' 등 해외 논란은 29년 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 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언급을 소환시킨다.

선진국 문턱에서 1%대 성장잠재력과 저성장의 늪,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은 7년째 3만달러대다. 값싼 에너지·노동력에 의존한 대기업 주도 성장 한계,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낮은 생산성, 중국 핵심 기술 및 기업의 추월, 저출산·고령화·노동 인력 부족, 나랏빚과 가계빚 폭증, 불안한 정치 환경에 혁신 리더십 부족이 근거를 주고 있다.

나아가 일상화된 보상 요구의 집단민원에서부터 환자들이 거리로 나서다 지치게 만든 의사들의 집단 휴진 그리고 이념, 지역, 세대, 직업, 계층, 빈부 갈등의 이기심으로 나라가 술렁이고 자살률·이혼율·노인 빈곤율 1위, 고소·고발 건수 일본의 60배, 우울증이 넘치고, 청년 백수 130만 명에 67만 명은 그냥 쉬는 것이 우리의 뒷모습이다.

당 대표 수사·재판에 무차별 보복 탄핵과 특검에 몰입된 국회, 민주주의 원리인 다수결의 폭정에 헌법의 근간 삼권분립이 무너지는데도 편 나누어진 국민들은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엄중한 기후·인구 위기, 안보 위험 파고 속에서도 반도체·AI 등 미래 먹거리의 피 말리는 기술 전쟁에서 보듯 산업 및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사회의 역동적 변화와 국민 통합을 촉진시키며 발상의 전환으로 게임 법칙을 바꿔야 하는 엄한 시기에 칼날 위를 걷는 위기의식과 역사의식이 절실하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위정자들이 무리 지어 죽기 살기 권력 싸움의 사화, 예송논쟁, 환국 정치로 왜란·호란 그리고 백성을 도탄으로 몰던 조선의 역사가 어른거린다. 이 세대는 훗날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까. 30여 년 전 근심에 찬 '4류, 3류, 2류' 평전은 지금은 그리고 미래는 어떤 결과치가 될지.

대전환 시대에 내일의 역사가 될 오늘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정치 대개조, 노동⸱교육⸱연금 개혁과 AI 인재 육성, 사회 생산성 향상에 인구·기후 위기 대응, 나아가 가정 가치와 사회윤리 회복을 이룬 세대로 기록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이라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세대에겐 이정표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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