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통합 생태론으로 금호강 읽기

임성호(베네딕도) 신부·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 부장신부

임성호(베네딕도) 신부
임성호(베네딕도) 신부

금호강은 포항시 죽장면 가시리(가시지)에서 물길 의지(意志)를 열어 영천시, 경산시, 대구시를 거쳐 달성군 다사, 고령군 다산까지 총 115㎞를 쉼 없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기를 희망한다. 그 옛날부터 사람들 또한 대구(大邱)의 수많은 언덕들에 머물며 금호강(물)과 더불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연(緣)을 잇고 있다. 강(물)은 먹는 식수가 되고 길짐승, 날짐승 등 뭇 생명들이 하루하루 사는 모든 수고로움을 그 풍요로운 품으로 다 받아들이고 안아주고 있다. 아무런 부담 없이 물속으로 자맥질하는 물닭과 어린아이들이 큰 민물조개를 만나 그 큰 조개처럼 함박웃음을 짓는다.

자! 그러면 바람 불면 갈대에서 비파(琴) 소리 울리고 물이 맑아 천천히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 같은 금호강(물)을 고향 삼아 살아온 온갖 생명들과 더불어 지속적인 생명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금호강은 공동의 집이다. 또 다른 지구의 한쪽이다. 그런데 공동의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통합 생태론(모든 것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으로 금호강(물)을 바라보면 세 열쇠 말이 떠오른다. 곧 '경청' '식별' '여정'이다.

우선, '경청하기'다. 어머니가 젖먹이 아기를 품에 안아 바라보듯 곰곰이 살펴 바라봄이 필요하다. 그래야 보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듣고 보기 위해 경청하는 것이다. 그러면 뭇 생명들의 찬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들만이 간직한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도저히 그러한 소리를 낼 수 없다. 오직 그들이 들려줘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와 움직임이 있다.

다음은 '식별하기'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기 위해 '식별하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어떤 개입을 했는지를 알아차리기 위함이다. 이 개입으로 자연(금호강)을 '사람들은 무한성장을 위한 대상화, 도구화해도 된다'는 특정 인식을 가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철저히 단절시키고, 그리고 철저히 분리하는 시각으로 금호강을 바라봄으로써 자연(금호강)을 단순한 이용의 대상으로만 삼고자 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내면과 삶을 객관적으로 검정하기 위한 식별 의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여정'이다. 흐르는 물은 바다로 흘러가야 한다. 그래야 다시 금호강으로 물은 되돌아온다. 금호강은 공동의 집이다. 금호강에 의탁하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통합 생태론에서 알아차린 성찰은 모든 생태 위기의 근본 원인이 바로 모든 생명들이 이루는 온전함에서의 분리, 곧 이 분리가 바로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초래됐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모든 생명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에, 처음부터도 공동의 집(금호강)에 사는 공동 생활자다. 우리만의 집이 아니고 공동의 집, 바로 한식구 공동체다.

결론적으로, 금호강은 모든 생명들의 공동의 집이다. 사람들도 금호강이라는 공동의 집에서 다른 뭇 생명들과 더불어 고향처럼 살 따름이다. 그러므로 인류세(Anthropocene)를 초래한 우리가 생태적 감수성을 통해 '생태적 회심'을 얘기해 본다. '생태적 회심'은 모든 창조 질서에 대한 숭고한 겸손의 태도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으면 한다.

숨어 살기에 딱 좋은 서식처(하식애)를 곳곳에 간직한 금호강의 팔현습지와 안심습지, 달성습지가 대구 시민들의 각성을 통해 장록국가등록습지처럼 람사르습지로 등록되길 간절하게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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