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도 국가대표팀 김지수·허미미…'경계인' 굴레 던지고 한국 대표 우뚝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한솥밥…같은 재일교포 안창림 플레잉코치까지 든든
두 선수 발굴한 김정훈 경북체육회 유도팀 감독 "파리올림픽 경험 토대로 더 높은 곳 향할 것"

지난 4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의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한국 메달리스트의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도 국가대표팀 김지수와 허미미.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지난 4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의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한국 메달리스트의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도 국가대표팀 김지수와 허미미.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이제 이들의 수식어는 재일교포 출신이 아닌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라고 바뀌어야 한다.

2024 파리올림픽 첫 출전에서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허미미(경북체육회)와 개인전에선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지만 단체전 동메달을 합작한 김지수(경북체육회) 말이다.

김지수는 재일교포 1호 국가대표라는 수식어를, 일본에서 나고 자란 허미미도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경계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번 올림픽에서 우뚝 섰다.

김지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유도 선수인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유도를 접했으며 2017년 일본 57㎏급 국가대표로 선발된 만큼 빼어난 실력을 갖췄다. 본적에 따라 경북 상주로 귀화한 김지수는 2018년부터 한국 선수로 활동하면서 2021년 재일교포 출신 여자 유도선수로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인 허미미는 재일 한국인인 아버지와 일본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복수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돌아가신 할머니 유언에 따라 2021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2022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허미미 역시 국적 취득 당시 군위를 본적으로 삼았다.

둘이 모두 한국 국적을 따내고 경북체육회에 소속된 데는 김정훈 경북체육회 유도대표팀 감독의 힘이 컸다.

진작부터 둘의 실력을 눈여겨봤던 김 감독은 적극적으로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고, 경북체육회 역시 아낌없는 지원의 손길을 보탰다.

남자 유도 선수 중 같은 재일교포 출신인 2020 도쿄 올림픽 유도 73㎏ 동메달리스트 안창림도 은퇴 후 올해 3월 경북체육회에서 정식 플레잉코치로 선임돼 허미미와 김지수의 훈련을 돕고 있다.

허미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유도를 하는 한국인"이라며 "내가 한국 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했지만, 그런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았다. 김미정 여자 대표팀 감독님, 김정훈 감독님과 대표팀 언니들이 나를 잘 받아준 덕분에 잘 적응했다"며 "은메달도 좋지만 역시 금메달이 더 좋을 것 같다.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휘날리지 못한 게 속상하다. 힘들게 외운 애국가를 부르지 못한 게 아쉽다. 다음에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김지수는 도쿄올림픽 이후 부상과 재활로 이번 파리올림픽 출전 자체가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허미미도 첫 올림픽 출전에서 귀중한 경험을 안고 돌아왔다"며 "다음 무대까지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더 높은 곳을 향해 계속 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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