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 경제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표심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서다.
고물가 때문에 공화당의 공격을 받아온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
실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실정론을 제기하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 대신 구원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의 맹추격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경기 비관론을 경계하며 유권자들에게 낙관론을 심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도자 두 명"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경기침체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최소 10차례 올렸다.
그는 "유권자들은 선택할 수 있다. 트럼프의 번영이냐, 카멀라의 붕괴(crash)와 2024년 대공황이냐"라고 했다. 또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있고, 고용 숫자는 끔찍하며,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도자 두 명을 갖고 있다. 좋지 않다"고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슨 부통령을 겨냥했다.
트럼프 캠프는 경제의 어려움을 다룬 최근 TV 뉴스 보도를 강조하는 영상을 재빨리 만들어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드노믹스'의 경제 성과를 선전하는 영상과 나란히 배치, 선거 운동에 활용하고 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순간 세계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 제공한 것과 같은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카 로버츠 공화당 여론조사원은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는 해리스의 선거 운동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그녀의 허니문 기간이 급작스럽게 끝나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놓고 해리스 부통령과 초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경제 문제는 우위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WSJ의 여론조사에서 경제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후보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으며, 해리스 부통령은 40%에 머물렀다.
◆해리스, 낙관론 전파 주력
해리스 부통령은 경제 문제에 대한 선거 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단기간에 진정시킬 뾰족한 수단이 없어서다.
해리스 부통령은 경제를 낙관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폭탄' 구상을 정조준했다.
그는 최근 애틀랜타 유세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이 사업을 시작하고, 집을 소유하며, 세대 간 부를 쌓을 기회를 가지는 미래를 믿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계획은 비용을 낮추고 많은 중산층 가정이 연간 수천달러를 절약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트럼프는 중산층 가정의 물가를 인상하는 다른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은 수입 비용을 크게 늘려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나 긍정적인 경제 지표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선거를 앞두고 일부 유권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역할도 주목했다.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물가가 드디어 잡혔고 소비자의 경제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도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 민주당 인사는 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피해를 줬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너무 미룬 탓에 경기가 경착륙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투자자들이 주식을 서둘러 던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지수가 선거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증시는 경제가 코로나19에서 회복할 것이란 기대와 막대한 유동성 덕분에 많이 올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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