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CBAM과 RE100

김병구 논설위원
김병구 논설위원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극복을 넘어 기업과 국가의 생존 수단이 됐다. 화석연료(석유, 석탄, 천연가스) 사용을 통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발생량을 줄이는 탄소중립 전환(轉換)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大勢)다. 전 세계 140개국 이상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한국도 2020년 10월 이에 동참했다. 화석연료 대신 바이오,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출 주도의 한국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운 지경(地境)이 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와 '재생에너지 전기 100%(RE100)'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선진 국가와 민간(기업)의 대표적 장치다. 수출기업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 그에 상응하는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하는 CBAM은 유럽연합(EU)이 지난해 10월 시험 도입한 뒤 2026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수입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일종의 관세를 부과(賦課)하는 제도다. 대구경북의 대(對)EU 무역의존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특히 경북의 EU 수출액 중 CBAM 대상 품목 비중은 전국 평균(7.5%)의 2배인 14.7%에 달한다. RE(Renewable Energy)100도 우리나라로선 발등의 불이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100% 생산하자는 캠페인으로 구속력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430개가 참여했고,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차, SK그룹,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등 36개사가 가입했다. RE100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미국이나 EU로의 수출 길이 막히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한 해외로 공장을 옮겨야 할 판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 정도다.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30년 21.6%, 2038년 32.9%로 CBAM과 RE100을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CBAM과 RE100은 이제 국가와 기업이 비켜갈 수 없고, 생존을 위해 반드시 수용하고 극복해야 할 국제적 규범(規範)이다. 특단(特段)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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