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기 침체, 장기적 안목의 실효적 대책 필요하다

5일 벌어진 국내 증시 사상 최악의 폭락 장세를 두고 '비이성적(非理性的) 공포'라는 진단이 나온다. 일견 납득할 만한 표현이지만 자칫 현재 상황을 오판(誤判)하게 만들 가능성도 담고 있다. 글로벌 증시 폭락을 유발한 원인은 비이성적이지 않다. 우선 인공지능(AI) 열풍의 후유증은 예상했던 바다. 하루가 멀다고 고점(高點)을 깨 버리는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폭증은,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해 초고가 AI 반도체를 선점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언젠가는 한 번쯤 꺼질 거품이었다. 설계 결함 탓에 차세대 제품인 '블랙웰'의 생산이 3개월 연기된다는 지난 2일(현지 시간) 발표는 신호탄이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언급(言及)은 우려했던 경기 침체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즉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위기가 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중동발 전쟁 위기 고조와 미국 대통령 선거도 시장의 불안을 한껏 고조(高潮)시켰다. 불안의 휘발유 위에 불씨를 던진 것은 미국 7월 실업률 '4.3%'다.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값이 지난 1년 중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로 판단하는 '샴의 법칙(Sahm rule)'에 충실한 숫자였다. 실업률이 불씨였다면 도화선을 연결해 폭발을 일으킨 것은 바로 일본,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淸算)이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싸게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인데,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자 투자자들은 서둘러 돈을 거둬들였다.

정부는 국내 시장은 견고(堅固)하며 외부의 변동성에 크게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가장 높은 경계감을 갖고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힘이 실리려면 외부 변동 요인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중장기 대책을 보여 줘야 한다. 불안 심리 확산에 유의하며 차분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달라고 당부(當付)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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