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CHECK] 미국 대선 판을 뒤집을 다크호스 그녀의 정치 철학은

카멜라 해리스 자서전 '우리가 가진 진실'

미국 대선 판도가 아슬아슬 격전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전세계인들은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대결을 예상했지만, 바이든이 사퇴하고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부통령 여성 흑인계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49)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최종 낙점되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전개가 펼쳐지는 중이다. 견고해 보였던 트럼프의 지지율에 금이 가고 해리스는 오차 범위 내까지 트럼프를 바짝 추격하며 누구도 앞날을 쉽게 예견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물론 바다 건너 먼 미국의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관심을 놓고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경제 여건상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누가 당선돼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경제는 물론 외교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 흑인 여성 부통령이다가 이젠 최초의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한 카멀라 해리슨 자서전 '우리가 가진 진실'은 그가 어떤 신념을 가진 인물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 서적이다. 그녀가 대선후보로 지명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책은 사실 첫 부통령직을 수락하기 직전인 2019년 쓰이기 시작해 2021년 6월 첫 출간됐다.

오늘날 그녀가 외치는 정책과 신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민자의 딸인 해리스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자랐는데, 그곳은 사회 정의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지역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버클리 대학원생 시절 민권운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고, 이후로도 그녀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유년 시절을 민권운동을 하는 주변 지인들과 어울려 자랐다.

해리스는 정의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그녀의 행보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선출됐을 때 내놓은 '백온트랙(Back on Track·정상복귀)'를 통해 잘 드러난다. '효과적인 사회적응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공공의 안전을 제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애초에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라면 사람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96쪽)라는 고민에 대해 그녀가 내놓은 해법이다.

백온트랙을 소개한 이후 10년 사이 33개 주가 감금에 대한 대책들을 권장하고, 범죄 재발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판결과 교화 정책들을 채택했다. 그리고 2010년 이후 23개 주에서 재소자 수가 줄어들었다.(110쪽)

이후로도 그녀는 거대은행들이 노동자들에게 대규모 압류를 예고했을 때도 역사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등 소외된 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대변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또 의료보험 문제와 새로운 경제체제에서 시작해 이민, 안보, 오피오이드(인조마약) 위기, 그리고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과 싸우면서도 현명하게 대응했다. 검사장으로, 법무부 장관으로, 상원의원으로, 부통령으로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은 그녀는 "싸울 가치가 있는 싸움이라면, 그것은 싸워야 하는 싸움이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카멀라 해리스는 전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다시 한번 '공동의 투쟁, 공동의 목적, 그리고 공동의 가치'라는 비전을 강조한다. "우리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을 볼 수 있고, 누구나 존재하는 그런 미래를 그려야 한다. 모든 사람이 동등한 존엄함으로 다루어지고, 우리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최대로 만들어 나갈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역동적인 미합중국의 초상이다."(372쪽)

부디 그녀가 부르짖는 '민주주의'와 '정의', 그리고 '진실'이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세계 대외 관계에서도 적용되길 희망해 본다. 404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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