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묘백묘론(黑苗白描論)
"공산주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자본주의면 어떤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은가? 중국 인민을 배불리 먹이고 잘 살 수 있게 하면 그만이다. 먼저 부자가 되라."
'흑묘백묘론'(黑苗白描論)과 '선부론'(先富論)을 앞세운 덩샤오핑(邓小平)의 개혁·개방정책의 성공은 '박정희 모델'을 전향적으로 수용, 중국에 접목한 결과였다. 마오쩌둥(毛泽东) 사후 중국공산당 지도부를 장악한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졌다.
작지만 강한 이웃나라 대한민국이 채택해 성공한 경제발전모델을 따라가는 것 외에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공산주의라는 검은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자본주의라는 하얀 고양이를 선택하더라도 (8억)인민을 굶기지 않고 경제를 도약시키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했다.
중국은 그 후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거쳐 시진핑 시대에 이르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마오쩌둥 시절 인민공사를 만들어 '대기근'으로 수천 만 명을 굶어 죽게 만든 정책실패와 '문혁'이라는 암흑기를 거친 중국으로서는 전면적인 외자 도입 등 개혁·개방 외에는 경제개발의 묘책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덩샤오핑은 경제모델 뿐 아니라 새마을운동도 그대로 도입했다. 후진타오 집권기에 중국 농촌에 불어 닥친 '신농촌 운동'이 그것이다. '신농촌'의 성공모델이 장쑤(江苏)성 '화시촌'(华西村)이다. 화시촌은 마을을 하나의 기업으로 운영하면서 공동의 부를 축적, 주민 모두가 잘사는 기업형 마을로 우리의 '새마을기업' 성공사례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의 상당부분이 박정희 모델을 따랐다는 것을 간과하거나 아예 몰랐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수년 만에 6.25 전쟁의 비극이라는 폐허 위에서 국내 자본은 커녕 미국과 국제기구 구호식량으로 연명하다시피 한 곤궁한 시절이었다, '보릿고개의 가난'을 직접 겪지 않은 우리 세대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박정희 경제개발 모델 계승
미국을 추격하는 경제대국 중국은 자신들의 경제적 성공이 박정희 모델을 충실히 계승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은 박 전 대통령 고향인 구미시와 우호협력도시 결연을 먼저 제안했고 교류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쓰촨(四川)성 광안(广安, 인구 460만 명)시는 2012년 구미시와 우호협력도시 협약을 맺고 매년 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하고 있다.
광안은 덩샤오핑의 고향이다. 구미시는 1995년 마오쩌둥의 고향인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长沙)와도 우호협력도시 협약을 맺고 광범위하게 교류를 해왔다. 창사의 지척지간에 마오쩌둥의 고향마을 '샤오산'(韶山)이 있다. 중국의 두 지도자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도시가 '박정희도시' 구미와 손을 맞잡았다.
중국방문단이 구미시를 방문하면 반드시 구미에 자리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민족중흥관. 새마을테마공원을 차례로 찾는다. 구미방문단도 창사와 광안을 가면 샤오산 마오쩌둥 생가와 광안의 덩샤오핑 기념관을 찾는 것이 필수코스다. 양국 모두 상대국 지도자의 리더십에서 공통점을 찾아내고 경제개발의 노하우와 성과를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샤오산 마오쩌둥의 생가나 광안 덩샤오핑 기념관을 한 번이라도 간다면 그 규모나 그 곳을 찾아 나선 중국 참배객들의 수나 경건한 태도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 인민들은 진심으로 오늘의 중국을 만든 지도자,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존중한다. 마오쩌둥의 경우 문화대혁명 등의 수많은 정책적 과오를 통해 인민을 굶어 죽이고 무고한 희생자를 냈지만 중국은 그런 과오(過誤)보다는 '신중국'을 건국한 공(功)을 더 높이 평가한다.
아예 마오쩌둥은 '재물신'으로 승격돼 베이징 톈안먼(天安门)광장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구미 상모동 생가를 찾는 참배객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 박정희 시대의 공과 재평가해야
중국과 싱가포르와 대만이 있지만 국가주도 경제개발정책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어 급속한 경제성장이라는 성과를 낸 나라는 박정희의 대한민국 외엔 없었다.
황병태 전 주중대사는 한중국제학술세미나에서 "박정희와 덩샤오핑 두 지도자는 리더십에서 공통점이 너무 많다"며 "특히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개발 정책이 그렇다. 중국 부임 초기 덩의 아들 덩푸팡(邓樸方)이 자주 찾아와 한국의 경제개발을 많이 물었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하면서 박정희 경제개발 모델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좌파적 시각에서 덩샤오핑과 리콴유 그리고 박정희 등 중국과 싱가포르, 한국의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비판 분석한 윌리엄 이스털리는 <전문가의 독재>를 통해 "중국과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의 경제발정은 덩샤오핑과 리콴유, 박정희 덕분이 아니며 오히려 그들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한국의 경우 독재시절보다는 민주화된 이후의 경제성장이 더 잘 이뤄지고 있다며 현대자동차의 성장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극단적인 빈곤과 갈등이 있는 곳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가난한 나라에서 민주주의라는 장미꽃이 활짝 핀 적은 없다. 거대야당은 온 국민에게 25만원을 뿌리자는 '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의 곳간이 비어가는 적자 상태에서 IMF나 코로나사태 등의 위기상황도 아닌데 온 국민에게 현금을 뿌리겠다는 발상은 그저 돈으로 표심을 사겠다는 의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좌파는 경제적 평등, 공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대기업 성장위주의 재벌경제를 구축한 박정희 모델을 비판한다. 그러나 정부가 적극 개입, 경제정책을 이끌고 부의 재분배와 규제를 통해 균형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좌파들의 주장은 박정희모델과 궤를 같이 한다. 박정희는 민간자유기업이 경제를 이끌도록 했지만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았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는 그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의 떠오르는 4용(龍)이라 불리던 '싱가포르와 대만 그리고 홍콩' 여기에 덧붙여 중국까지 어느 나라도 민주화를 먼저 이룬 후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없었다. 장기 집권한 리콴유 수상과 장징궈 총통이 싱가포르와 대만의 경제성장도 함께 이끌었다.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의 의미처럼 박정희 시대의 공과를 재평가해야 할 때가 됐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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