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정민 기자의 봉주르, 파리] 파리에서 한국 문화 알리는 코리아 하우스

비싼 동네 파리 7구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운영
올림픽 관련 행사 개최, 한국 문화·예술 홍보 역할
일부에선 과다한 예산이 투입됐다는 지적도 나와

프랑스 파리 7구의
프랑스 파리 7구의 '메종 드 라 쉬미' 건물 풍경.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대한체육회가 이곳을 통째로 빌려 코리아 하우스로 사용 중이다. 채정민 기자

해외에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있을 때면 현지에 '코리아 하우스'가 열린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한국 홍보, 스포츠 외교 등 각종 행사가 여기서 진행된다. 이번 코리아 하우스는 규모가 커지고 화려해졌다. 다만 일부에선 투자가 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 7구는 비싼 동네다. 각국 대사관이 많이 모여 있다. 한국 서울로 치면 한남동쯤 되는 곳이라는 게 현지 교민 이모 씨의 귀띔이다. 이곳엔 3층짜리 건물인 국제회의장 '메종 드라 쉬미(Maison de la Chime)'가 있다. 대한체육회가 이 건물을 통째로 빌려 올림픽 기간 동안 코리아 하우스로 사용한다. 한국 대사관도 지척에 있다.

프랑스 파리의 코리아 하우스 내 한국 음악, 영화 홍보 코너. 채정민 기자
프랑스 파리의 코리아 하우스 내 한국 음악, 영화 홍보 코너. 채정민 기자

이 씨는 "이 건물 일부를 빌려 행사를 치러본 지인은 하루 임대료가 우리 돈으로 8~9천만원이라 했다. 이렇게 건물 전체를 빌리면 하루 임대료가 2억원 가까이 할 것"이라며 "예산이 얼마나 많은진 몰라도 통 크게 쓴 것 같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얘기가 실감난다"고 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코리아 하우스의 성격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정했다. 스포츠를 중심으로 K팝 등 음악, 한식과 한복 등 고유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꾸미겠다는 계획 아래 규모를 키웠다. 민간기업들도 참여해 한국 영화와 음식, 음악 등을 알린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 문을 연 코리아 하우스에서
대한체육회가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 문을 연 코리아 하우스에서 '한국의 날'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채정민 기자

이곳이 세계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전진 기지 역할을 할 거라는 게 대한체육회의 기대. 지난 1일 '한국의 날' 행사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을 초청해 한복 패션쇼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 기자가 몇 차례 둘러봤을 때도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행사도 다양했다. K팝 댄스와 비보잉 공연, 한국식 화장 시연 행사가 이어졌다. 건물 안마당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응원할 수 있도록 꾸몄다. 안마당 양쪽에는 떡볶이와 군만두 등 한국 분식을 맛볼 수 있는 코너, 포장마차처럼 꾸며 두고 한국 맥주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운영 중인 코리아 하우스 1층 복도 한쪽에 마련된 게시판. 방문 소감과 한국 선수단 응원 글을 남길 수 있게 한 공간이다. 채정민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운영 중인 코리아 하우스 1층 복도 한쪽에 마련된 게시판. 방문 소감과 한국 선수단 응원 글을 남길 수 있게 한 공간이다. 채정민 기자

1층 복도 한쪽엔 방문 소감과 한국 선수단 응원 글을 적을 수 있는 게시판도 마련돼 있었다. 조그맣게 '대구 막창 is BEST'란 글귀가 재미있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커다랗게 '경기도 체육회장 이원성'이라 적힌 글에 가려 눈에 띄질 않았다. 설마 본인이 쓰진 않았을 테고, 일행이나 가족이 썼다면 민망한 장난이다. 무슨 돈으로 거길 갔냐는 말을 들어도 반박하기 힘든 판에 여기다 이름까지 버젓이 남기다니….

기자가 코리아 하우스를 둘러보는 데 누군가 자꾸 쳐다보는 듯했다. 등에 '코리아'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기자에게 먼저 말을 건 프랑스 10대 소녀 일행. 혹시 '팀 코리아'인지 물어본다. 아니라고 하니 살짝 실망한 표정이다. 선수라면 사진을 찍고 싶었던 모양인데 한국인 기자일 뿐이라 하니 아쉬운 듯했다.

자신의 이름이 지아나라는 소녀는 일행 모두 K팝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지아나는 "이곳엔 한국 가수들의 노래가 많이 나와 좋다. 특히 BTS와 뉴진스를 좋아한다"면서 "여기 오니 즐겁다. 예쁜 한복을 입고 사진도 찍었다. 떡볶이는 맵지만 맛있다"며 웃었다.

프랑스 파리의 코리아 하우스 안마당에선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한국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여준다. 안마당 한쪽에선 한국 분식과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코너가 운영 중이다. 채정민 기자
프랑스 파리의 코리아 하우스 안마당에선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한국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여준다. 안마당 한쪽에선 한국 분식과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코너가 운영 중이다. 채정민 기자

다만 이런 일을 벌이는 데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다는 지적도 있다. 파리 올림픽에 책정된 예산은 약 122억원으로 이전 올림픽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역대 최대 규모로 설치된 코리아 하우스 운영 비용 탓에 예산이 급증했다는 말도 들린다. 선수들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예산 편성과 배정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사후 점검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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