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5분 안에 땀이 줄줄 흐르고, 스치기만 해도 짜증이 유발되기 쉬운 날씨에 입맛도 덩달아 사라지기 마련. "이럴 땐 차가운 면이 정답이지" 더위를 피하기 위함이지만, 속까지 시원해지는 맛은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냉면, 비빔국수, 냉모밀, 콩국수, 막국수, 밀면... 그 선택지도 다양하다. '찬 면'을 주력으로 하는 많고 많은 가게들 중 요즘 뜨는 5곳을 소개해보려 한다. 모두 주말& 기자들이 대구의 뜨거운 뙤약볕을 뚫고 직접 다녀왔다!
◆줄 서서 먹는 콩국수집 '성보콩국수'·'귀로식당'
콩국수는 흔히 '호불호 갈리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있다. 평소에 콩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 특유의 퍼석한 식감이나 비린내가 느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혹은 이 메뉴, 저 메뉴 다 하는 식당에서 파는 묽은 콩국수로 그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콩국수 잘하는 집에서 먹으면 생각 달라질걸요" 자칭 콩국수 전문가라는 후배를 따라 수성구 상동에 위치한 '성보콩국수'를 찾았다.문 여는 시간인 11시 20분에서 10분 늦게 가게를 찾았지만, 이미 늘어선 줄에 한번 놀라고, 대기 순번만 17번이 적힌 번호표를 받고 두 번 놀랐다. 메뉴도 콩국수랑 곱빼기. 오직 콩국수 하나만 취급하는 집이다 보니 맛에 대한 기대도 함께 올라갔다.
가게에 들어서면 늘어선 믹서기가 눈에 띄는데 주문 즉시 불린 콩을 직접 갈아준다. 점심시간엔 손님이 많아 믹서기 여러 대가 동시에 돌아가는 모습이 콩국수 공장 같기도 했다. 뽀얀 국물부터 한입 떠서 마셔보면, 진한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져 계속 머금고 싶게 만든다. 쫄깃한 국수 면과 신선한 콩물이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콩국수의 정석 같은 느낌을 준다. 담백한 맛을 어느 정도 즐기다 자리마다 비치된 고추, 함께 나오는 깍두기를 곁들이면 더 풍성해진다.
성보콩국수에서 먹은 콩국수 맛을 못 잊을 때쯤, 선배로부터 최근 '검은 콩국수'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바로 가게명을 받아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귀로식당'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영업시간(11시 30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역시나 먼저 도착한 발 빠른 손님들이 있었다. 가게 내 좌석이 그리 많지 않아 영업시간에 맞춰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의 콩국수는 검은콩으로 만든 국물에 면도 메밀면이라 맛도 모양도 다른 곳과 차별화된다. 소금과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재료의 영향인지 구수하고, 맛을 음미하다보면 살짝 달달함도 느껴지는 듯했다. 일반 국수 면이 아닌 메밀면이 들어가 있어 다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했다. 오이, 계란 지단, 고기 고명이 올라가 중간중간 씹히는 맛이 포인트다. 할머니 댁에 있을 것 같은 완전히 잘 익은 묵은지가 같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김치도 리필하게 된다. 참고로 기자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이 집은 빈대떡도 별미라고 하니 함께 먹어보면 좋을 것 같다.
◆ 평양냉면으로 세대통합 '부산안면옥'·'고운곰탕'
"아무 맛도 안 느껴져요" "무슨 맛으로 먹나요" 또 다른 호불호의 대명사 격인 평양냉면은 최근 몇 년 새 소비계층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음식이다. 실향민들의 고향을 떠오르게 하는 음식에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금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유명 노포에서 젊은 층의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구에선 알다가도 모를 그 슴슴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가장 먼저 중구 공평동에 위치한 '부산안면옥'으로 향한다. 이곳의 역사는 1905년 평양에서 개업한 '안면옥'에서 시작됐다. 이후 1953년 6.25 한국 전쟁 시기에 부산으로 피난 오게 되면서 이전한 후, 1969년에 대구로 한 번 더 이전하면서 앞에 부산이 붙게 됐다. 4월부터 9월까지만 영업하기 때문에 여름에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기자도 올여름에만 이곳을 세 번 방문했다.
육향이 진하면서도 깔끔한 물냉면의 국물에 감탄하고 있던 어느 날, 한 테이블의 어르신 두 분이 물냉면과 함께 반찬처럼 비빔냉면을 즐기고 계셨다. 함께 간 친구와 그 모습이 왠지 '힙하게(새롭고 멋있다는 뜻의 신조어)' 다가와 우리도 함흥냉면을 따라 시켰다. 매콤 달콤한 양념에 버무러진 명태회 덕분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수성구청 부근에도 평양냉면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집이 있다. 원래 관공서 주변에는 공무원들에게 검증된 '진짜 맛집'들이 많기로 유명한데, 그중 '고운곰탕'은 곰탕집이지만 곰탕만큼 면 요리도 유명해 점심시간대엔 대기 명단이 빼곡히 채워진다. 20대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최 모씨(58·범어동)는 "뜨거운 여름에 속을 편안하게 만드는 시원한 맛의 냉면 육수다. 심심하면서도 먹을수록 생각나는 개운한 맛"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메밀을 직접 제분해서 만든 순메밀면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메밀가루로 만든 면보다 찰기도 있는 데다 구수한 메밀향이 잘 느껴진다. 평양냉면의 맛이 여전히 어려운 사람들에겐, 특히 이 구수함을 잘 살린 메뉴인 '들기름 비빔면'을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향긋한 들기름과 씹히는 통들깨, 고명으로 올라간 백김치의 조합에 젓가락질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일본식 냉면 '히야시츄카'를 파는 '사야까'
우리나라의 냉면처럼, 인접한 국가 중국과 일본에서도 차가운 면 요리를 즐겨 먹는다. 평소에 자주 먹는 메뉴에서 벗어나 생소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일본식 중화 면요리 중 하나인 '히야시츄카'를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한국의 많은 식당들이 냉면·콩국수 같은 여름철 메뉴를 개시하는 것처럼, 일본의 라멘 가게들에선 여름 한정으로 판매하는 대중적인 메뉴이기도 하다.
동성로의 라멘 전문 가게들도 최근 여름 한정 히야시츄카를 파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어 그중 중구 공평동의 '사야까'를 방문했다. 가게에 들어서면 규코츠 라멘 달인이라는 명패와 그 뒤로 면을 직접 만드는 자가제면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다림 끝에 마주한 히야시츄카의 첫인상은 알록달록 색감이 예뻤다. 햄, 맛살, 오이, 새우, 계란 지단, 토마토, 파채 등 우리의 잔치국수처럼 갖가지 고명들이 올라간다.
히야시츄카는 냉라면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지만, 육수의 경우 우리에게 익숙한 라면의 맛보단 차가운 면과 잘 어울리는 냉모밀 쪽에 가깝다. 여기에 레몬이 한 조각 들어가 먹을수록 상큼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유기농 밀가루를 100% 활용해 직접 제면한 생면의 식감도 인상적이었다. 올여름 쉽게 외국으로 떠날 순 없더라도, 이국적인 식당에서 먹는 한 끼 식사로 휴가 기분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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