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권순일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嫌疑)로 불구속 기소했다.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법률 자문 활동을 한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거래 의혹'은 이번 기소에 포함되지 않았다. 2년 11개월가량 수사를 하고도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기소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임 중이던 2020년 7월 이 전 대표의 과거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上告審)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破棄還送) 판결에 사실상 캐스팅보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는 기존 판례에 따르면 유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예상 외로 무죄 선고가 났고, 그 덕분에 이 전 대표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했으며 지난 대선과 총선에도 출마할 수 있었다. 이후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게이트와 연관된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1억5천만원을 받았다. 화천대유 '50억 클럽'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재판 거래'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만배 씨가 권순일 대법관 사무실을 8차례 방문한 사실도 드러났다. 물론 권 전 대법관은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권 전 대법관에게 혐의가 없다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고, 혐의가 있다면 기소했어야 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 법질서의 최후 보루(堡壘)라고 할 수 있는 대법관이 '재판 거래'에 가담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유야무야(有耶無耶) 넘길 수는 없다. 3년 가까이 수사하고도 검찰은 '계속 수사하겠다'는 소리만 한다. 검찰이 무능한 것인지, 무능한 척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검찰은 신속하게 진상(眞相)을 밝혀야 한다. 법복(法服)은 작업 편리를 위해 입는 기능성 유니폼이 아님을 법조인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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