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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배민 수수료 인상에 소상공인 곡소리나는데…여전히 구차한 변명

장성혁 기자
장성혁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9일부터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부가세 포함 10.8%)로 인상한다. 이를 발표한지 한달이 됐는데 여전히 중소기업들과 소비자, 정치권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배달시장의 60%를 가진 배달의 민족을 떠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유지하자니 수수료 인상폭이 너무 큰 부담이라는 반응들이다.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의 김준형 대표는 "배민이 수수료를 3%포인트 올리면 수익률은 단 7%로 떨어진다"고 했다. 정치권 인사들이 "소상공인의 고혈을 쥐어짜는 독과점 기업의 행태"라고 사옥에 항의 방문을 할 정도였다.

배민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투자라도 늘려왔으면 지금처럼 시끄럽지 않았을 것이다. 배민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062억원의 81%(4127억원)을 독일 본사(DH그룹)에 배당했다.

지난해 샤넬(2975억원), 에르메스(1250억원), 벤츠(1898억원) 같은 명품 외국계 지사의 해외 모회사 배당규모보다 훨씬 크다. 돈 있는 '부자 고객'의 지갑에서 번 돈이 아니라 하루 40만원, 50만원 매출을 내는 치킨집 사장님이 번 돈이 해외에 빠져나간 셈이다. DH에 따르면, 배민의 벤더피트 대표(DH 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해 총 230만유로(32억원)의 타깃 연봉이 책정됐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 '칼춤에 분노한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움직임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배민은 '타 기업 물타기'로 수수료 인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애쓴다.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쿠팡이츠만큼 수수료를 올렸다는 것"이 수수료 인상 발표 당시 일성이었다. 요즘엔 "와우 멤버십을 무료로 제공하는 독점적 지위의 경쟁사 쿠팡 등에 맞선 조치"라는 식의 논리도 펴고 있다. "아직 쿠팡과 비교하면 작으니까 우릴 이해해달라"는 식이다.

무료배달을 시행하는 쿠팡이츠는 적자 상태로 배민과 대조적이다. 서비스 출범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배달시장 점유율 60% 이상인 배민의 지난달 월간 사용자 수는 2228만4166명으로, 쿠팡이츠(753만7811명)보다 3배 높다. 시장점유율 60%는 한국기업들이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마의 벽'이다. 베스트셀러 비비고 만두(45.7%)도 배민에게 감히 시장점유율로 명함을 내밀 수 없다.

수수료 매출에 의존하는 배달의 민족과 쿠팡 전체를 놓고 비교하면 업태 자체가 다르다. 쿠팡은 이마트·롯데마트 같은 직매입 비즈니스 모델이 본질이다. 매출의 90% 이상이 로켓배송 직매입에서 나온다. 쿠팡의 유통시장(지난해 625조원) 점유율은 단 5%에 불과하다. 온라인 시장만 봐도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배민의 '시장점유율 60% 파워'는 지난해 쿠팡의 이익 규모를 앞질러 화제였다. 배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20.5%)는 삼성(4.2%), 현대자동차(9.3%)보다 높고 쿠팡(1.9%)의 10배가 넘는다. 7000억원에 달하는 절대적인 영업이익 규모도 배달업은 물론 이마트 등 유통업을 통틀어도 1등이다.

쿠팡은 오히려 올 들어 중국 알리, 테무 공습 여파로 올 1분기 당기순이익 적자를 냈고 2분기엔 영업적자를 냈다. 반면 배민은 중개 수수료 인상과 함께 포장 수수료 유료화, 멤버십 유료화에 나섰다.

배민의 이익 규모는 쿠팡을 올해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자신들이 천문학적 이익을 내는 독과점 기업인데, 여전히 경쟁하는 유통기업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전국 100여개 로켓배송 물류망으로 전국 방방곡곡 일자리 7만개 이상을 만든 쿠팡과 비교하면 배민은 여전히 돈 벌기 쉬운 회사다.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나 물류망 구축 노력 없이 앱 중개 하나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배민은 '시장점유율 1위 독과점 사업자' 타이틀의 무게를 몸소 절감해야 한다. 지금은 1위 기업다운 '품격'이 없다. 자녀 학비를 벌기 위해 김밥을 마는 가장, 회사 명예퇴직을 당해 치킨을 튀길 수밖에 없는 싱글맘, 수수료 인상에 음식 가격이 오를지 불안해하는 고시생까지...

이들이 듣고 싶은 대답은 타 기업을 끌어들여 논리를 펴는 '구차한 변명'이 아니다.

배민에 분노한 식당과 소비자들은 "배민은 설립 초기처럼 입점 파트너들에게 '꿈과 미래'를 제시할 수 있을까?" "고물가 속에 호주머니 부담을 줄일 수 있나?"고 묻는다.

여기에 대한 배민의 명쾌한 대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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