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사정은 외면한 채 서울 사람들만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부동산 수요가 들끓고 반면,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은 아파트 미분양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에만 초점을 맞춘 공급 확대 정책을 들고나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결국 속 빈 강정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8일 정부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상승세가 확대되고, 비(非)아파트·지방 주택 매매시장은 침체되는 차별화 양상에 지역별·유형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지만, 20쪽에 달하는 향후 계획 중 비수도권 관련 대책은 두 쪽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편중했다.
최 부총리도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앞으로 6년간 서울과 수도권의 우수한 입지에 총 42만7천 호 이상의 우량주택이 공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중심 대책의 백미는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에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등 34㎢를 해제한 이후 12년 만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그린벨트 중 북부는 대부분 산이기에 택지로 부적합한 곳이 많다"며 "결국 강남권이 포함될 공산이 크고, 막대한 시세 차익이 예상 가능한 만큼 정부가 앞장서서 '돈 싸들고 서울로 오라'고 소리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는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과 함께 3기 신도시 공급 물량도 기존보다 2만 가구 늘리기로 했다. 수도권 신도시에 용적률을 높여주고, 자족용지 비율도 조정해 물량을 확보해 주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도권 공공택지에 22조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 확약을 제공한다. 민간 사업자가 수도권 공공택지에 집을 지었는데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LH가 분양가의 85∼89% 수준에서 집을 사주겠다는 것으로, '공공이 세금을 들여 수도권에 집 짓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치워주겠다'는 것이다.
최은동 애드메이저 부동산연구소 본부장은 "정부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고가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현상에 대응코자 수도권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꺼내 들었겠지만 여기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이로 인해 야기되는 수도권 과밀화 및 지방 소멸"이라며 "지방 부동산을 살릴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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