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무슬림 이민자가 소녀 3명을 흉기로 살해했다'는 가짜 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면서 폭력 시위가 영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 정부가 범인은 르완다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기독교 신자라고 밝혔지만 헛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으로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 서비스'를 지목한다. '알고리즘 서비스'란 사용자의 사용 기록을 토대로 선호하는 정치 콘텐츠나 제품 광고를 맞춤형으로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특정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정파성 뉴스, 특정 광고 등을 제공한다. 이 '알고리즘 서비스'가 편견(偏見)과 폭력 사태의 원인이니 퇴출(退出)시켜야 한다는 언론도 있다. 자동차 속도가 높아 사고가 나니 자동차를 퇴출시키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알고리즘 서비스'는 폭력 사태의 조력자에 불과하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의 욕구를 '알고리즘 서비스'가 추천 방식으로 도와줄 뿐 '알고리즘 서비스'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드는 주범은 아니다. 만약 '알고리즘 서비스'가 폭력 사태 주범이라면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関東大地震) 때 조선인 학살이나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 '폭력 시위'의 출발은 '가짜 뉴스'였다. 하지만 지금 대다수 영국인들은 '이슬람 교도가 어린이 3명을 죽였다'는 뉴스가 거짓이란 걸 안다. 그럼에도 폭력 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많은 영국인들이 '이슬람 이민자들이 영국에 와서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분노가 크다는 말이다. 분노의 원인을 찾아 해소해야지 알고리즘 서비스를 퇴출해서 될 일은 아니다.
세월호, 사드, 천안함, 광우병 괴담(怪談) 등 우리나라에서 여러 괴담이 퍼진 것 역시 그것이 사실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은 기저(基底) 심리가 크다고 봐야 한다. 이를테면, 사드·광우병 괴담의 기저에는 반정부·반미 감정이 있고, 천안함 괴담의 기저에는 친북·반미 심리가 있는 것이다.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알고리즘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예: 이슬람인들이 우리를 못살게 한다)를 달래지 못하면 가짜 뉴스와 그에 따른 분노(憤怒)는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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