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기차 화재, 획기적인 안전 대책 필요하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공포(恐怖)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벤츠 전기차 한 대가 일으킨 화재로 연기를 마신 주민 23명이 치료 중이고,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으며,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1천580가구 전체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고, 470가구에 전기마저 끊겼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불이 옮겨붙는 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기존 소방 장비들도 제 기능을 못 한다. 국립소방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 매년 증가세다. 배터리팩 일부의 과열(過熱) 현상이 주변 배터리에 옮겨지는 '열폭주(熱暴走)'가 발생하면 온도가 1천℃ 이상으로 오른다. 이때 주변 차량으로 불이 옮겨 가는 시간은 1~2분에 불과하다.

정부는 12일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갖고, 다음 달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불안감 속에 충전기의 지상 설치(設置) 의무화 목소리가 커지지만 쉽지 않다. 주차장이 지하에만 있거나 지상에 추가로 주차장을 만들 때 재원(財源) 확보 방안도 논란이어서다. 배터리 정보 공개의 법제화도 필요하다. 유럽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사의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다. 중국은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배터리 정보를 알 수 없다. 전기차 화재 시 피해 규모가 막대한 만큼 관련 보험 규정 역시 손봐야 한다. 전기차 시대는 거스를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잇따른 화재들로 마치 배터리가 시한폭탄처럼 인식되고 있다. 관련 규정이 미흡(未洽)한 탓에 불안감만 키우는 꼴이 됐다. 보다 세밀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배터리와 충전 시설 규정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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