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얼굴 하나하나에 과거의 기억, 현재의 감정이…

죠셉초이 개인전 '의식의 극장'
10월 6일까지 윤선갤러리

죠셉초이, Thinking Shape.
죠셉초이, Thinking Shape.
죠셉초이, Portrait in front of the wall N.2 , 2024, 92 x 73 cm (30F), Oil and acrylic on canvas
죠셉초이, Portrait in front of the wall N.2 , 2024, 92 x 73 cm (30F), Oil and acrylic on canvas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빛과 어둠, 현재와 과거, 구상과 비구상. 죠셉초이의 작품은 양면적인 현상이 등장하는 동시에 그 경계가 흐릿해진다. 꿈 속에서 본 듯한 장면과 미술사 속 유명 화가의 작품을 만난 듯한 묘한 기시감이 겹쳐지고, 우울과 무기력함이 느껴지다가도 편안함, 안정감이 다가온다.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혹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든 얼굴들이 여러 겹 중첩돼있다. 내면의 다중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 같기도, 꿈 속에서 마주친 다양한 사람의 집합체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작가는 1992년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뒤 30여 년간 그곳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청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파고든 것은 자기 자신. 미술을 통해 자아를 찾아나가는 여정이 고스란히 작품 속에 담겨져 있다.

자아를 탐구하기 위해, 그는 색채와 선(線) 등의 언어로 삶의 모든 이미지를 상기해 글을 쓰듯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즉흥적으로 떠오르거나 과거를 더듬어가며 끄집어낸 기억들이 중첩된 결과물이다.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죠셉초이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죠셉초이 작가. 이연정 기자
죠셉초이, Portrait in front of the wall N.3, 2024, 92 x 73 cm (30F), Oil and acrylic on canvas.
죠셉초이, Portrait in front of the wall N.3, 2024, 92 x 73 cm (30F), Oil and acrylic on canvas.

최근 만난 죠셉초이 작가는 "작품 속 얼굴은 상상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얼굴을 조금씩 변형한다"며 "다만 인물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어려워진다. 기억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떠오른 이미지나 감정들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선을 뻗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업 방식 역시 흐릿한 경계, 우연적인 요소가 담겨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녹이고자, 삼베로 만든 천에 유화 물감과 파스텔을 얹는다. 동양화와 서양화, 그 흐릿한 경계는 그의 작품만이 가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그는 캔버스 작업 전, 종이에 크로키와 파스텔 작업을 먼저 진행한다. 작가는 "파스텔은 서로 섞이거나 강약 조절에 있어 물감보다 더 많은 컬러들이 나타난다. 그 색감을 캔버스로 옮기고, 또 그 과정에서 색감을 더하는 시도를 하며 우연성이 배가 된다"고 했다.

그는 8일부터 윤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개인전 '의식의 극장: Inner Theatre'에서 기존 작품보다 사물의 소재감과 구도, 시·공간의 존재가 더욱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전시장이 곧 화폭 위에 켜켜이 쌓인 장면들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와 흔적들을 풀어내는 극장임을 의미한다.

윤선갤러리 관계자는 "죠셉초이는 무의식 속에서 펼쳐질 무한한 상상력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며 " 초월적인 이야기들이 담긴 작품들이 종횡으로 펼쳐지며,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상상력,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이어진다. 053-766-8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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