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간송미술관 시대]<중>대구간송미술관의 시대 열리다

안동 도산서원 착안한 외부 설계부터
보이는 수리복원실, 수(水)공간 등
특색 있는 전시 공간들로 채워져
"시각예술클러스터 구축에 박차"

9월 3일 개관 예정인 대구간송미술관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9월 3일 개관 예정인 대구간송미술관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본관만큼 유명한 곳이 분관인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연평균 방문객 수가 100만명을 웃돌며, 오로지 미술관을 보기 위해 도시를 찾는 방문객도 상당수다.

이처럼 세계적인 미술관들은 전세계 곳곳에 분관을 이미 두고 있거나 최근 점차 확장해나가는 추세다. 2017년 루브르 박물관이 첫 해외 분관인 아랍에미리트 '루브르 아부다비'를 개관했고, 스페인, 벨기에 등 4개 도시에 분관을 둔 파리 퐁피두센터는 내년 중 서울에 분관을 열 예정이다.

미술관들이 분관 체제를 구축해나가는 것은 전시 공간 한계에 따른 확장, 분관별 특성화 전략, 다양한 콘텐츠 제공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무엇보다 빌바오의 사례처럼 분관이 들어서는 도시는 지역민들의 문화 수혜부터 경제적 부가가치, 지역 경쟁력 강화 등 상당한 효과가 뒤따른다.

서울 간송미술관의 첫 분관을 맞는 대구 역시 기대감으로 가득한 분위기다. 다음 달 개관하는 대구간송미술관은 전국 유일 간송 상설전시관이자, 대한민국 고전미술의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 간송미술관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현재 서울 간송미술관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신비의 미술관, 대중에게 가까이

서울 성북구에 자리한 간송미술관은 1938년 보화각(寶華閣)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일제가 철저히 우리 문화를 말살하던 시기,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이제까지 수집해 온 우리 문화유산의 정수를 보존하고 연구해 문화의 단절을 막고 민족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이었다.

보화각은 1971년 간송미술관으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설립 목적에 맞게 문화유산 연구와 전시 개최 등을 이어왔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큰 인기를 끈 데 이어 간송미술관이 신윤복의 미인도와 혜원 전신첩 등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다.

간송미술관은 매년 두 차례 전시를 선보여왔지만 60년도 더 된 건물에서 전시를 열기에는 공간의 규모나 시설 노후화 등 제약이 많았고, 결국 2014년부터는 5년간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협력 전시를 이어왔다. 이후 코로나19와 수장고 신축 공사 등으로 2022년을 제외하고는 휴관 상태가 지속됐으며 마침내 지난 5월 보수·복원 공사를 완료하고 재개관전을 열었다.

항온·항습과 조명 등 시설을 보강했으나 건물이 등록문화재인데다 관객 수용 등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는 간송미술관은 이제 대구에서 많은 관람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간 '신비의 미술관' 등으로 불린 간송미술관이 대중들에게 한발짝 먼저 다가가고자 하는 것.

대구간송미술관 내
대구간송미술관 내 '보이는 수리복원실' 모습. 지류 수리 복원 과정과 관련 도구들을 볼 수 있으며, 내부와 소통도 가능하도록 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

대구미술관 동쪽에 자리한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난 5월 준공 이후 이미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내부는 사전 준비가 한창이어서 외부인의 입장이 제한돼있지만, 외부 공간은 누구나 구경할 수 있기 때문. 특히 무더위가 한풀 가시는 저녁 즈음이면 미술관 주변 숲을 거닐거나 수(水)공간에서 '물멍'을 즐기는 등 자연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8천3㎡의 대구간송미술관은 경사진 지반을 그대로 살렸다. 국제설계공모에서 뽑힌 최문규 연세대 교수의 작품으로, 안동 도산서원에서 착안해 계단형으로 건물을 설계했다. 굵직한 나무 기둥 11개와 짙은 먹색의 벽돌로 마감한 외벽이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

대구미술관 방면 입구는 대구간송미술관의 2층이다. 매표소와 안내데스크 등이 있으며, 3층은 직원 사무실로 사용된다.

외부 주차공간에서 바로 이어지는 1층은 3개의 전시실과 보이는 수리복원실, 간송의 방, 강당, 아트숍 등이 자리한다. 전시실 중에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미인도 작품에 집중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지류·회화 작품의 수리, 복원 과정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보이는 수리복원실'은 내부 기술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것이 특징인데, 세계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지하 1층은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디지털 영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실감영상 전시실 등 2개의 전시실이 있다. 특히 대구간송미술관의 백미이자 포토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간은 바로 지하 1층 외부의 수(水)공간. 한국식 정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간으로, 통창 너머로 낮게 깔린 물과 그 물 속에 비친 하늘, 멀리 팔공산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내부 곳곳에 자연의 모습이 담긴 창들이 나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간송미술관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간송미술관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간송미술관 위치. 네이버 지도 캡처
대구간송미술관 위치. 네이버 지도 캡처

◆시각예술클러스터 첫 퍼즐

새로운 전시 공간을 맞는 지역 미술계의 기대도 높다. 미술 역사가 깊고 저변이 넓은 도시로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라는 것.

노인식 대구미술협회 회장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온 호국의 도시 대구에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간송이 남긴 많은 역사적인 문화유산을 시민들이 즐기고, 나아가 문화보국 정신과 전통문화의 가치, 보존의 중요성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을 시작으로, 대구미술관 상설전시관 조성과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등 시각예술클러스터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 중인 대구미술관 부속동은 상설전시관과 개방형수장고 등을 갖춰 오는 12월 개관할 예정이며 국립근대미술관은 옛 대구교도소 후적지로 부지를 변경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러한 계획이 완료되면 대구간송미술관(고미술)-국립근대미술관(근대미술)-대구미술관(현대미술)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시각예술클러스터가 형성될 전망이다.

배정식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을 체감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통해 국내외 많은 관람객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채로운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 제공으로 시민의 문화 만족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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