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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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윤석열 정부의 친일 인사 중용과 역사 인식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월 독립기념관 신임 이사로 낙성대경제연구소 박이택 소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독립기념관 전·현직 이사들이 이사 임명을 철회하라는 집단 성명을 발표하며 파장이 일었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일제는 조선을 수탈하지 않았다' '강제징용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들은 성 노예가 아니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근거는 없다' 등의 주장을 펼쳐온 단체다.

8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중에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 인사인 김형석 고신대학교 교수,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을 속전속결로 임명하면서 독립운동 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와 야당의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김형석 교수는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절이 아니다" "1948년 이전엔 우리 국민은 없고 일본 국민만 있었다"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군사관학교에 두면 안 된다" 등 뉴라이트 역사관을 주장해 왔다.

친더불어민주당 성향의 여론조사 회사인 꽃이 8월 9일,10일 양일간 전국 1천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조사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74.5%로 나타났다. 보수층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53.0%, '적절하다' 28.5%로 부정적인 반응이 높게 나타난다.

1964년 설립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단체인 광복회는 "일제강점기 식민지배와 친일반민족행위를 미화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통성을 부정하는 뉴라이트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에 앉히려 한다"며 반발했고, 해당 인사가 사퇴하지 않으면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는 대신 백범기념관에서 별도 기념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광복회뿐만 아니라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도 백범기념관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독립유공자 단체들이 정부 초청 광복절 기념행사에 불참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정부가 근본적으로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광복회는 광복절 행사에 나갈 수 없다"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하여 오히려 전전(戰前)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어 이래서는 안 되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광복절 행사 불참 결정 배경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또한 식민지배 미화 인사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경축식 행사 불참을 선언하는 등 정치권으로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친일적 행보의 정치, 사상적 배경에는 뉴라이트가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뉴라이트는 보수 정치세력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광복절 행사를 '건국 60주년 행사'로 추진하려다 광복회 등 독립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정부가 사과하면서 건국절 행사가 무산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도 '식민지 근대화론' 논리를 담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다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뉴라이트 인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정치적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돌이켜 보면 친일적 행보는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면제하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제3자 변제 배상' 해법을 발표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위안부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일본과 군사협력 등 친일적 외교와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듯한 행보를 일관되게 보여왔다.

뉴라이트 사상의 영향 아래서 나타나는 친일 성향의 강화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역사적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관의 문제이고 대한민국 정통성의 문제이다.

그뿐만 아니라 냉전적 사고에 사로잡혀 공산주의와 대결을 주장하는가 하면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노골화하고 일본과 군사동맹을 언급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역사적 정의와 사회적 통합을 위해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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