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중·후반기를 이끌어갈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 지명됐다. 심 차관은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과 역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지만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둘러싼 내부 갈등, 지지부진한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 거대 야당의 검사 탄핵과 특검 남발, 검찰 해체를 목표로 한 검찰 개혁 추진 등 난제가 차기 총장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사법부와 더불어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이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국가기관이다.
'엄정공평 불편부당'(嚴正公平 不偏不黨)의 검찰 정신은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권력형 부정부패와 거악(巨惡)을 척결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 정권의 최우선 과제도 문재인 정권 시절 심각하게 손상된 법치주의의 회복, 검찰과 형사 사법의 정상화였지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문재인 정권 5년은 '조국의 시간' '추미애의 깃발'과 함께 법치주의 파괴와 몰락의 시간이었다. '촛불 혁명 정부'의 위선적 뒷모습에 무너져 버린 공정과 정의의 길은 멀고 험난했다. 검찰 개혁의 이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했고,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과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했지만 성과는 처참하다.
김진욱 공수처는 3년간 600억원의 예산을 썼지만 직접 기소한 사건은 3건에 불과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2017년 23만1천489건이던 사기 범죄는 2020년 34만7천675건으로 늘었고 재산 피해도 2018년 32조9천600억원에서 2020년 40조3천139억원으로 급증했다.
2019년 기준 불법 스포츠토토 등 불법 도박 규모는 81조5천억원이다. 사기 범죄 조직의 연간 범죄 수익은 20조원이 넘고 불법 도박으로 인한 범죄 수익도 2조5천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능이 무력화되고 경찰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해 형사 사법 시스템이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는 사이 범죄자 천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차기 검찰총장의 최우선 과제는 정권의 검찰총장이 아닌 대한민국의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바로 세워 법치주의와 형사 사법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검찰의 독립을 수호하고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지켜 내 부적절한 과거와 완전히 단절함으로써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과거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었던 것도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검찰의 독립이 없으면 공정함이 없고,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는 전 프랑스 검찰총장 장 루이 나달의 지적처럼 검찰 개혁의 목표도 검찰 해체가 아니라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해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되돌려 주는 것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경제 범죄 등을 신속하고 엄정히 수사해 검찰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형사 사법의 제1의 목적은 범죄로부터의 사회 방위이다. 좋은 형사 사법 제도는 무엇보다 효과적이어야 한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범죄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형벌은 '최후의 수단'(ultima ratio)임을 유념해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 농단 사건 무죄에서 보듯 형사 처벌 만능주의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 일본 다나카 총리를 구속했던 록히드 사건의 주임 검사 요시나가 유스케 전 일본 검사총장이 "검찰은 오물이 고여 있는 도랑을 청소할 뿐 그곳에 맑은 물을 흐르게 할 수는 없다"고 검찰의 자기 통제를 강조한 것은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검사의 사명감이 지나치면 공명심이 되고 결과 지상주의에 빠져 무리한 수사가 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의 본질이 자의(恣意)에 의한 지배를 방지하고 권력의 오남용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차기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의중을 살펴서는 안 된다. 오직 국가 권력을 법에 구속시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법의 지배가 실현되도록 해야 할 사명만 있을 뿐임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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