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파리 올림픽과 런던 폭동을 보며 다시 느끼는 ‘유럽의 죽음’

이춘근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국제정치학자

1500년 당시 세계 제일의 나라는 중국의 명(明)나라였다. 당시 명나라가 보유하고 있던 선박들과 그 규모에서 상대가 될 수 없는 작은 배를 가지고 있었을 뿐인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고 세계 일주 항로를 개척했다. 중국의 최대 함선 보선은 약 120m 길이를 가지고 있던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보다 톤(t) 수로 64배에 이르는 거함이었다.

폴 케네디 교수는 이런 배를 가지고 있던 중국이 미국을 발견하거나 세계를 한 바퀴 돌지도 못했다는 사실, 중국이 세계의 패자(霸者)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욱 놀랍다고 말하고 그 원인을 중국의 막강한 중앙집권체제에서 찾았다.

중국 북경에 거주하던 막강한 정치세력들은 바닷가에 거주하는 소위 뱃놈들이 부유하게 되어 북경의 정치권력마저 위협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해양 무역의 싹을 미연에 잘라 버린 것이다. 막강한 중앙 정치권력이 존재했던 중국과 유럽의 운명이 이렇게 갈라진 것이다.

동양보다 늦게 정치적인 통일을 이룩한 유럽 국가들은 국부의 증대를 위해 다투어 세계로 진출했고 과학과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경쟁했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에 이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세계의 일등 국가 반열에 올랐고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근대화를 이루는 데도 성공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산업혁명과 결합되어 부(富)의 폭발을 이룩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제시하는 제반 인간 생활의 기준들은 바로 세계의 표준으로 인정되었고 세계인들은 영국과 프랑스를 흠모했다. 영국의 입헌군주제와 프랑스 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은 정치·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지구인의 소망이었다.

그런 유럽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그냥 노대국(老大國)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늙은 나라라니? 회생 불가, 혹은 회생 불능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놀랍다. 영국과 프랑스로 대표되던 유럽 문명을 이어받은 미국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는 유럽 문명의 전통은 없다.

미국 스스로 자랑하며 또한 강조하듯이 미국은 유럽과의 전통적 연계를 끊으면서 만든 나라다. 미국에는 공작도, 백작도 없고 공주님과 왕자님도 없다. 스스로 인정하듯 상것(平民, 常民)들이 만든 나라다.

실제로 영국은 미국 사람들을 천한 인간이라고 비하했고, 영국과 라이벌 관계 때문에 정략적으로 미국의 독립을 지원한 프랑스는 미국인들을 아둔하고 비정상적인 인간들이 만든 나라이며 얼마 가지 않아 몰락할 것이라고 보았다. 미불 관계를 연구한 존 밀러는 자신의 책 제목을 '우리의 가장 오랜 적국'(Our Oldest Enemy)으로 정했다.

미국의 천박하고 촌스러움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은 서유럽을 더 우수한 모델처럼 말하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오히려 서유럽의 몰락을 더 빨리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최근 영국, 프랑스를 다녀온 수많은 보통 한국인들은 런던과 파리의 길거리에 가득 찬 개똥과 사방에 들끓는 좀도둑 이야기들을 더 많이 한다.

세계인들이 영국과 프랑스를 구경하러 가서 보고 싶은 것들은 때마다 시간 맞추어 템스강과 센강 변에 울려 퍼지는 이슬람의 찬송 소리와 이슬람교도들의 집단적 기도 모습이 아니라 개혁 정신과 자유 민주 정신, 그리고 이런 것들의 배경인 기독교 정신이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미명 아래 기독교를 최대한 조롱하고 모욕했다. 올림픽 개막식 기획자들이 알라신도 똑같이 조롱할 수 있었다면 프랑스의 자유 전통은 한 단계 더 발전했다고 우겨도 된다. '유럽의 이상한 죽음'(Strange Death of Europe)이 논해지는 맥락은 바로 기독교의 소멸이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접수해서 이름을 'X'라고 바꾼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들을 소개했다.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인종 갈등적인 언급을 한 영국인 15주 감옥형' '이민에 반대한다는 스티커를 판매한 영국인 백인 남성 2년 징역형' '12세 소녀를 연달아 강간한 중동 출신 이슬람 청년 180시간 공동체 봉사활동 명령' 등. 일론 머스크는 영국 국민들이 총을 빼앗긴 결과 페이스북 글 하나로 감옥에 갈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며 개탄한다.

16세기 명나라를 장악했던 정치세력처럼 오늘날 영국, 프랑스를 장악한 글로벌리스트(세계화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위해 오랜 전통과 사상을 파괴하며 자국의 본래 국민들조차 탄압한다. 극좌적 파리 올림픽을 격찬하고 극우적 런던 폭동을 격하게 비난하는 미국 민주당,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공화당의 2024 대선 선거 결과는 전통적 유럽이 죽고 말 것이냐, 혹은 기사회생할 것이냐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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