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의지할 어른 하나 없던 삶…내 아이 꿈은 이뤄주고 싶어

차례로 세상 떠난 가족…마음 기댈 곳 하나 없던 인생
화상과 우울증·공황장애, 몸과 마음에 찾아온 아픔
생활고 시달려도 아이 꿈은 응원해주고 싶어

프로 야구 선수가 돼 엄마를 호강시켜주고 싶다는 아들 박민서(가명·13) 군을 지켜보는 박유나(가명·30) 씨. 김지효 기자
프로 야구 선수가 돼 엄마를 호강시켜주고 싶다는 아들 박민서(가명·13) 군을 지켜보는 박유나(가명·30) 씨. 김지효 기자

믿고 의지할 어른 하나 없는 삶을 살았다. 진짜 가족도, 가족 같던 이도 모두 박유나(가명·30) 씨를 떠났다. 스스로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살아왔기에 내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엄마, 좋은 어른이 돼 주고 싶었다. 보호자로서 능력이 부족해 재능 있는 아이가 꿈을 포기하게 하는 상황은 죽도록 싫지만,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난 뒤 생활고와 우울감으로 점철된 현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마음 둘 곳 하나 없던 외로운 유년시절

유나 씨의 어린 시절은 외로움으로 얼룩져 있었다. 부모님과 연년생 언니와 함께했던 단란한 가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머니는 유나 씨가 7살이 되던 해 유방암 오진을 받고 수술을 하다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11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을 허무하게 잃은 이후 외가 친척 집에 맡겨졌지만, 중학교 1학년이 되던 해 유나 씨를 길러주던 큰이모마저 심장마비로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 집에서 유나 씨를 돌봐줄 어른은 더 이상 없었다. 언니의 죽음으로 아이를 떠맡게 된 작은이모의 구박과 차별을 못 견딘 16살의 유나 씨는 보육원에 맡겨졌던 친언니와 함께 찜질방과 쉼터를 전전했다. 그러다 3살 위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됐다. 출산을 고민하던 유나 씨는 함께 아이를 잘 키워보자는 친언니의 말에 대구의 미혼모 시설로 들어가 아이를 낳고 1년간 키웠다. 그곳에서 지내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차곡차곡 모았고, 검정고시 공부를 병행해 고등학교 졸업장도 따내며 미래를 그렸다.

이나마도 오래가지 못했다. 스무 살이 된 유나 씨의 앞에 친언니의 죽음이 찾아왔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오래 앓던 언니는 합병증으로 힘들게 투병생활을 하다 유나 씨 곁을 떠났다. 극심한 우울감으로 괴로워하는 유나 씨를 달래준 사람은 미혼모 시설에서 만나 유나 씨가 '엄마'라고 부르며 따랐던 띠동갑 언니였다. 유나 씨가 힘들어할 때마다 등을 두드려주고 안아주며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줬던 언니의 위로가 유나 씨를 절망에서 다시 일어서게 했다.

유나 씨는 언니와 벽 하나를 두고 옆집에서 살며 아이를 함께 키웠다. 유나 씨는 제약 공장 등을 다니며 밖에서 착실하게 돈을 벌었고, 학습지 선생님으로 일했던 언니는 아이들을 돌보고 공부를 가르쳤다. 둘이 벌어서 넷이 사는 10년 동안 집에서 한 번도 큰 소리가 난 적이 없었다. 그 모든 순간이 유나 씨에게는 꼭 이상적인 가족의 삶 같았다. 하지만 불행은 또다시 유나 씨를 겨냥해 찾아왔다. 3년 전, 함께 동고동락했던 가족 같은 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유나 씨는 또 한 번 무너졌다. 소중한 사람들을 자신 곁에서 자꾸 빼앗아 가는 이 세상이 미웠다.

◆몸과 마음에 찾아온 아픔…생활고에도 아이 교육은 시키고 싶어

유나 씨는 언니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그동안 모아둔 돈에 대출금을 보태 새집과 가게를 구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카페를 차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화재 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 깨어난 유나 씨를 맞이한 것은 4도 화상을 입어 뼈까지 망가진 왼쪽 다리였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초까지 15번의 전신 마취 수술을 거쳐 겨우 휠체어 신세를 면했지만, 무릎까지 철심이 닿아 걷기조차 쉽지 않았다. 앞날이 깜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황장애와 불면증까지 찾아왔고, 유나 씨는 병원에서 근로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신용카드 돌려막기 등으로 하루하루 버틸 뿐이다.

아무리 생활고에 시달리고 몸과 마음이 아파도 한 아이의 보호자로서 가진 신념은 지켜야 했다. 유나 씨 본인이 부모에게 충분한 애정이나 관심을 받지 못했기에, 자신의 자식에게만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걸 다 하게 해주고 싶었다. 유나 씨에게 세상을 살아갈 이유는 아들 박민서(가명·13) 군 뿐이었다.

민서는 어릴 때부터 야구에 소질을 보였다. 엄마 손을 잡고 처음 간 야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 경기를 보고 선수의 꿈을 꾸게 됐고, 리틀 야구단에 입단해 야구를 배웠다.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에 스카우트된 민서가 전국 대회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고 꿈을 이뤄가는 모습은 좋았지만, 매달 100만원이 넘는 교육비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유나 씨는 요즘 따라 민서를 보면 '왜 하필 나 같은 엄마를 만나서'라는 생각이 든다. 야구 장비나 운동화도 다른 아이들보다 못한 걸 쓰게 하는 것 같고, 용돈도 넉넉하게 주지 못해 도보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를 자전거로 다니는 민서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 유나 씨에게 민서는 말한다. 포기 안 하고 키워줘서 감사하고, 꼭 이름을 알리는 선수가 돼 엄마에게 효도하고 싶다고. 끝까지 보호자로서 도리를 다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은 경제적 형편과 무력감이 자꾸만 유나 씨의 목을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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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다자녀 가구 가장 이우주 씨에 2,483만원 전달

허리디스크·당뇨로 몸 아파 생활고를 겪는 다자녀 가구 가장 이우주 씨(매일신문 7월 30일 10면 보도)에게 2천483만8천60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10만원 ▷박전호 30만원 ▷조선화 10만원 ▷전우식 5만원 ▷박명호 3만원 ▷백재근 2만원 ▷홍준표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배영철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은서 1만5천원 ▷남장호 1만원 ▷조영식 1만원 ▷'주님께감사' 14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생활고·자녀 일탈로 걱정인 유지은 씨에 2,182만원 성금

가정폭력과 스토킹 피해자이자 생활고·자녀 일탈로 걱정인 유지은 씨(매일신문 8월 6일 10면 보도)에게 45개 단체, 121명의 독자가 2천182만9천28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아이엠뱅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김철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우성약국(허창옥)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시온작명소(성병찬)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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