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 이미지 생성, 실시간 통역,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초·중·고등학교 일부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AI 기술을 이용해 학습자료와 지원 기능을 실은 교과서를 말한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사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교실혁명'이라는 주제 아래 디지털 기술 기반 수업 혁신을 이끌고 있는 교사들의 피땀 어린 연수 현장을 살펴봤다.
◆'교실혁명 선도교사' 한 자리에
지난 7일부터 이틀간 대구 엑스코(EXCO)에서 '2024 교실혁명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 행사는 초·중·고·특수 교사 1만2천여 명을 뽑아 진행된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교육부는 내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일선 학교에서 다른 교사들을 이끌 선도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맞춤형 연수를 운영해 왔다.
'교실혁명 콘퍼런스'에는 선도교사들이 거쳐온 약 2개월 연수 과정을 되돌아보고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들이 마련됐다. 나눔존 행사에 참가한 교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 교육의 방향성을 탐색하고 전국 동료 교사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AI 디지털교과서 시제품(프로토타입)이 처음 외부로 공개, 참가자들은 참여존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핵심 기능들을 체험해 보기도 했다. 비교적 젊은 교사부터 고연차 교사들까지 AI 디지털교과서가 어떤 형태인지, 어떤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많은 모습이었다.
배움존에서는 이틀간 총 48명의 선도교사들이 수업 혁신 노하우를 나누는 강좌들이 열렸다. 이들은 '개념 기반 탐구학습 속 학습데이터 및 디지털 도구',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학생 상호작용 수업' 등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지원하는 도구로서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업 혁신 사례들을 공유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3회로 나눠진 세션(각 40분) 동안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듣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다. 강의 중간중간 선도교사에게 손을 들고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궁금증, 우려 사항 등에 대해 질문하고 조언을 얻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선애 제주 동화초 교사는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내가 시대의 변화에 많이 뒤처져 있다는 것을 느꼈고 선도교사들을 보며 동기부여도 많이 됐다"며 "AI 기술을 현장에서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식·기술 동료 교사와 공유
선도교사들은 평일에는 온라인 원격 연수, 주말에는 대면 집합 연수를 가지며 2개월 동안 49시간의 연수를 진행했다. 이들은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게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기 위해 시제품을 활용해 기능을 익히고 교육과정 설계·자료개발 방법 등을 함께 연구했다.
'교사가 이끄는 교실혁명, 위대한 여정'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는 이틀간 선도교사 6명이 무대에 올라 이러한 연수 과정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조영상 전북 군산남초 교사는 "연수를 받으며 이론이나 기술보다 왜 (수업을) 바꿔야 하는지 이해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동료들의 사례를 통해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됐을 때 교사가 콘텐츠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선도교사들은 연수 과정에서 쌓은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동료 교사들을 대상으로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을 비롯해 각종 수업 혁신 사례를 나누게 된다.
황유리 대전 이문고 교사는 "연수를 통해 다른 배경·경험을 가진 교사들과 소통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현장에서 다시 학습공동체를 꾸려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동료 교사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6년까지 3년간 수업 변화를 이끌어갈 '교실혁명 선도교사' 3만4천 명을 양성하고 모든 교사에 대한 맞춤 연수를 제공할 방침이다.
◆목적 아닌 수단으로 활용해야
정부는 내년 초 3·4, 중1, 고1을 대상으로 수학과 영어, 정보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전 과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9월 24일 1차 심사를 한 뒤 보완 작업을 거쳐 11월 말 최종 결과가 확정된다.
AI 디지털교과서의 핵심 기능은 '학습 진단을 통한 맞춤형 수업', '교과 내용 재구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교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 속 대시보드를 통해 학습 데이터를 수집·분석,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단원별 사전 진단, 형성 평가를 실시해 학생의 정답률, 취약한 부분 등을 파악해 개별 학생의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학생들의 학습 현황과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맞춰 교사들은 언제든지 수업 구성을 바꿀 수 있다. 학습 콘텐츠를 추가하거나 순서를 변경하면서 교재·자료 등을 각 학급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외부 링크, 사진, 영상, 그래프 등을 삽입해 다양한 수업 형태를 설계하고 모둠 설정 기능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로 인한 '디지털 기기 과의존', '문해력 저하',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개별 학생들을 더 깊고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AI 보조교사'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AI 디지털교과서 사용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담당 교사의 역량에 따라 수업에 필요한 만큼만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행사 개막식에서 "어느 나라든 어느 시점이든 교육의 핵심은 '교사의 수업'이다"며 "교사의 수업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의 힘을 키우기 위해 교사의 수업에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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