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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한파에 투자금 반환까지…지역 스타트업 성장 사다리 필요

동대구벤처밸리. 매일신문 DB
동대구벤처밸리. 매일신문 DB

대구지역 스타트업 A사는 이달 초 투자사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앞서 B투자사는 지난 2018년 A사 보통주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5억원을 투자했다.

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2년 이내 기업공개(IPO)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수출이 무산되는 등 실적이 악화되면서 IPO를 진행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손실을 보게 됐다는 이유로 B사는 소를 제기했고 1년 이상 법정 공방을 이어왔다.

A사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IPO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사측이 IPO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다행히 승소했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면서 "투자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필수요소이지만, 그 과정에 어려움이 너무 많다"고 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벤처투자가 위축되면서 스타트업 육성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A사의 사례처럼 투자를 유치하고도 경기 악화로 투자금을 회수 당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 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유망한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벤처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투자 건수는 49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같은 기간 투자금액도 19.5% 줄어든 2조6천46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초기 단계(시드~시리즈A) 투자 건수(상반기 기준)의 경우 2022년 993건, 2023년 599건, 올해 376건으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지역 디지털산업 생태계 실태조사'

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ABB) 산업을 육성하는 대구에서도 벤처투자 활성화가 필수요소로 꼽힌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이 발간한 '지역 디지털산업 생태계 실태조사'를 보면 지역 ABB 기업이 원천기술에 투입하는 투자액 비중이 매출액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프트웨어(SW)융합 기술개발 시 애로사항으로 '자금 부족'(71.7%)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역 벤처업계 관계자는 "2021년 이후 투자펀드 조성 건수와 기술 창업 수가 함께 감소하는 추세"라며 "벤처투자가 활성화돼야 창업도 늘고 고용에 기여도 높일 수 있다. 제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벤처투자사들이 대구에 본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유인책을 마련한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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