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 조자룡(趙子龍)은 긴 창을 잘 쓰지만 다른 무기도 잘 쓴다. 장판전투에서 조조(曹操)의 보검 '청강검'을 하후은을 죽이고 빼앗아 쓰기도 했다. 조조의 '백만 대군'을 맞아 싸우다가 창이 부러지자 적의 창·칼을 빼앗아 마구 휘두르면서 적진을 돌파하는 장면은 특히 압권(壓卷)이다. 여기서 '조자룡 헌 칼 쓰듯이'라는 관용구가 생겨났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딱 그 모양이다.
민주당은 두 차례 폐기된 '해병대원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다. 세 번째다. 조국혁신당도 지난 7월 같은 법안을 발의한 바 있어 같은 법안이 네 번 발의된 셈이다. 확정 판결이 내려진 어떠한 사건이나 법률에 대해 다시 심리·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깨끗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기는지 끝까지 가 보자'는 식의 행패나 다름없는 마구잡이 입법이다. 민주당이 단독 발의해 여야 협의나 숙의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넘어가 야권 단독 처리를 거치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은 재의결 요건(200명 찬성)을 못 채워 자동 폐기된다. 무한 '도돌이'다.
국회는 여야 협치(協治) 없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협치는 의회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다. 다수를 당선시켜 줬으니 숫자대로 하라는 것은 민의가 아니다. 총선에서는 야권이 이겼지만 대선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되지 않았나.
'방송 4법'과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간호사법',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법' 등에 대해 정부 여당이 반대했지만 야당은 힘으로 밀어붙였다. 이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대통령에게 '거부권 중독'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그런 식의 어법이라면 민주당에는 '특검중독당'이라는 딱지를 붙여야 한다. '특검 후보 제3자 추천' 등에 대해 여당과 진지하게 논의한다면 해병대원 특검법도 충분히 처리될 수 있다. 이제라도 어설프게 '조자룡' 흉내 내지 말고 제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창과 칼을 다루는 솜씨는 조자룡 발끝에도 못 미치면서 마구잡이로 휘두르면 애꿎은 국민들만 베일 수 있다.
민주당은 '개미'들이 요구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해야 한다. 당 정책위의장은 공개적으로 폐지에 반대하는데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은 전 대표는 유보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입으로만 '민생'을 외칠 뿐이다. '티메프' 사태에 대해서는 청문회 한 번으로 국회는 손을 털었고 금투세 토론회는 열지도 못하고 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기만적 포퓰리즘일 뿐이다. 그런 현금 살포가 민생 경기 회복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국책 연구기관의 실증 분석으로 입증됐다.
민주당은 이미 대통령 탄핵(彈劾)에도 시동을 걸었다. 법사위원장 완장(腕章)을 찬 정청래는 탄핵 청원을 받아 청문회를 여는 것으로 '탄핵 놀이'의 장을 열었다. 탄핵은 '이재명 방탄'과 그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지금까지 특검법 10건, 탄핵안 7건이 발의됐다. 전무(前無)한 기록이다. 민주당 등 야권이 국회를 정쟁(政爭)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재명을 위해 '조자룡 헌 칼' 노릇이나 하는 22대 국회는 아예 해산(解散)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국회 해산 국민투표를 제안해야 할 판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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