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 후보로 심우정 법무차관을 지명하자 우려와 비판이 많다. 근거 없는 시비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를 일소(一掃)하는 길은 검찰이 신속, 정확, 공정한 수사를 통해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뿐이다.
이원석 현 검찰총장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 백' 논란에 대한 수사 결론을 미룸으로써 온갖 의혹을 키웠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도 2년이나 뭉개다가 민주당이 이 전 대표 수사와 관련된 검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자 소환 통보를 하는 뒷북을 쳤다. 그 바람에 검찰이 당연히 해야 할 수사가 민주당에 대한 보복 수사라는 인상을 주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과 관련한 수사들(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청와대 직원과 금전 거래를 했다는 의혹, 타이 이스타젯에 항공업 경력이 없는 문 전 대통령의 사위가 전무로 채용되어 급여 등을 받은 것이 뇌물 아니냐는 의혹)은 상당히 진척됐다는 이야기가 많았음에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관봉권(官封券·띠로 묶은 신권)으로 옷과 장신구를 구입했다는 의혹도 결론 난 것이 없다. 그러니 혐의(嫌疑)가 있는데도 누군가가 수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인지, 혐의가 없음에도 김 여사가 억울한 오해를 받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검찰이 시류(時流)를 살피며 수사를 미적댔기 때문이다.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역시 현재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 외에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 등에 대한 국민적 의혹도 많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다. 서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도 마찬가지다.
고발된 지 3년 5개월 만에 이루어진 김명수 전 대법원장에 대한 늑장 소환 통보는 가관이었다.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사표 수리와 관련한 거짓 발언은 녹취록에 나와 있어 수사는 간단한 문제였다. 현직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하고도 사퇴하지 않았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명수 체제 법원의 '재판 지연'은 도를 넘었다. 검찰과 법원이 법 정의를 실천하지 않아 발생하는 국가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법조인들이 법치를 유린(蹂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재임 중 그의 행동에서 언행일치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신임 검찰총장은 이 총장처럼 사자성어(四字成語)나 읊조리며 검찰을 포장하려고 하지 말고, 신속, 정확, 공정한 수사로 법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갖가지 의혹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解消)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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