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청년작가의 연구소, 수창청춘맨션 재개관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대구의 매력적인 전시공간 수창청춘맨션이 휴관을 끝내고 재개관했다. 중구 수창동에 위치한 수창청춘맨션은 과거 연초제조창 직원들의 사택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재탄생한 전시 공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 '레지던시 협업 교류전 '유연한 틈; 시선의 그림자'는 대구예술발전소, 달천예술창작공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광주 호랑가시나무창작소의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이 모여 교류하는 전시로 수창청춘맨션 전관과 대구예술발전소 4, 5층 복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다렸던 전시 공간의 재개관인 만큼 내부 전시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기대를 안고 전시를 관람했으나 안전을 위한 내부 보수 공사였기 때문일지 눈에 띌만한 전시 공간 내 외형적 변화는 발견할 수 없었다.

지난 2022년, 수창청춘맨션은 지역 내 청년 기획자의 부재를 인식하고 진단하기 위해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기획팀 간의 교류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하여 문화예술기획그룹 아트만과 큐레이터 그룹 스테어스가 머리를 맞대어 '혹시 당근이세요?'전을 진행했다. 전시 준비 당시, 전시에 참여할 작가를 공모 모집하는 과정에서 몰린 다양한 지역 출신의 수많은 공모 신청자들을 보며 수창청춘맨션이 우리 지역을 넘어 전국의 청년작가들의 선호가 높은 예술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타 지역 청년작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대구의 다른 전시공간들은 몰라도 수창청춘맨션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되는 계기들을 거쳐, 이 공간이 이토록 청년작가와 시민에게 사랑 받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전시 공간들이 전통적인 화이트 큐브를 넘어서 혁신적인 공간을 선보이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작품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한 기능적인 측면과 운영 상의 이유로 공간에 다이내믹한 변화를 주기는 힘든 실정이다.

반면 수창청춘맨션은 건물의 외관부터 전시장이라고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 노후된 빌라와 같은 모습일 뿐 아니라, 실제로 내부 공간에 작품을 거는 거의 모든 벽이 시멘트 벽돌과 거친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어 작품 설치 시에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 왠지 눈치껏 침묵해야 할 것 같고, 허락 받고 사진을 찍어야 할 것만 같은 엄숙한 분위기의 기존 전시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 공간은 특유의 거칠고 자유로운 날 것의 분위기를 풍긴다.

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청년작가로 하여금 새로운 공간에 대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깨끗한 흰 벽 위의 작품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요히, 또박또박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 수창청춘맨션에 놓인 작품은 전달하는 느낌 그 자체의 주목도가 떨어질지라도 자유로운 공간과의 시너지를 통해 작품의 실험적인 측면과 그것을 날 것 그대로 바라봐 주기를 원하는 작가의 마음을 더욱 실감 나게 담아내는 것일까.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7월 수창청춘맨션을 재개관하며 시민과 예술로 소통하는 생활밀착형 문화 예술 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기관의 연간 계획을 알렸다. 많은 청년 예술가와 시민에게 사랑받는 '힙'한 전시 공간인 수창청춘맨션. 유일무이한 공간 그 자체로 예술가에게 영감을 전달하는 대구의 자랑스러운 문화공간으로, 청년작가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담아내는 모습으로 오래도록 운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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