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현명한 조율

김미옥 수필가(대구보건대 교수)

김미옥 수필가
김미옥 수필가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칠 때가 있다. 비록 내 생각이 옳고 확신에 찼다 하더라도 나만의 소리가 커지면 멈춘 진행에 불과하다. 뜻을 세우기 위해 수없이 대화하며 공감하고 때론 반론하며 살아가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라면 가닥을 잡아야 한다.

가족이 모이면 남편은 아이들에게 남의 말을 끝까지 듣고 의견을 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서 자신의 생각에 맥을 짚다가 누군가의 주장이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자기 말이 먼저 나서는 경우가 있다. 서로의 결정이 못마땅할 때면 감정이 앞서 상대방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말이 겹치기도 한다. 결국 서로 듣지 않으니 처음에 웃으며 시작된 얘깃거리는 점점 묘하게 굳은 얼굴로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부부 간에도 서로 의견이 다르면 순간적으로 섭섭한 마음을 심어준다. 배우자에게 못마땅한 마음이 속에서 올라오면 인내 있게 모든 이야기를 들어줄 심정이 되지 않는다. 젊은 날, 내가 남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자리를 떴을 때를 생각하면 어이없고 부족한 행동이었다. 당시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게 그 뿐이었다고 남편에게 변명을 하지만, 나 역시 아이들이 사회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다독이는 남편의 말에 힘을 더한다. 이런 상황은 굳이 가족 뿐 만 아니라 업무 중에서도 빈번하게 접한다.

빠르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일수록 급한 전개가 말문을 막는다. 있는 그대로 티를 내며 상대방의 말을 자르기도 하고 당장 닥친 일 처리가 급급해 서두른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회의를 주재하던 입장에서 무분별한 내용이 오가던 참에 상황을 가로막았다. 그때 연배 있으신 분이 "잠시만, 한번 다 들어봅시다"라며 역으로 내 말을 막았다. 속 타는 내 심정을 알면서도 긴 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견해에 귀 기울였다. 여기서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논하지 않지만 나는 그때의 분위기와 느낌을 오래 기억하며 때와 경우를 지켜 항상 주의하려고 애쓴다.

사회 일을 하면서 찬찬히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이에게 눈길이 머문다.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상대방의 말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끝까지 예의를 갖춰 분위기를 이끈다. 말을 시작하자마자 눈길을 돌리거나 말의 의도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매듭을 짓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는다. 세심하게 상대방 감정을 엿보며 전체를 아우른다. 비록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새로운 안건이 묻히지 않게 두루 살핀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현명한 조율의 핵심은 맞은편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다. 지나온 시절은 나를 반성하게 하고 때론 안타까움으로 다가오지만, 그동안의 실수와 깨달음이 반복되면서 여러 현상을 점점 더 둥글게 바라보게 되었다. 내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 비록 관점이 다른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에서 서로 절충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우리는 과연 멈춘 듯 일관된 오늘을 바라는가? 불완전하지만 새롭게 다가올 발전을 바라는가?

귀 기울여 듣고 있는가. 설령 듣고 싶은 이야기만 모으고 있지는 않은가. 데이터를 기본으로 진행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머리로만 하는 일이 감정을 다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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