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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내수(內需) 살아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외식업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속에 실질임금이 줄면서 소비가 위축(萎縮)된 탓에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2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75.60으로 1분기보다 떨어졌다. 전반적인 경제 침체와 고용 악화로 외식업 등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져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점포마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외식업 폐업률은 10%인데, 두 자릿수 폐업률은 2005년 이후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선택지가 없어 계속 외식업에 뛰어든다.

상황은 악화 일로다. 배달 앱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한 배달의민족이 중개(仲介) 수수료율을 다시 올리자 외식 업주들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배달료, 임차료, 카드 수수료도 부담인데 중개 수수료까지 오르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다. 음식값을 올리면 매출이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커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배달의민족 탈퇴 움직임에도 매장 방문 고객이 거의 없는 배달 위주 음식점들은 동참하기 어렵다. 게다가 식재료 가격도 폭염 여파로 연일 오름세다. 폭염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으로 물가가 오르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온다. 애호박, 오이, 열무 등도 평년 대비 20~40%가량 올랐다.

수출 회복세와 전반적인 물가 안정세 속에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도 이어졌지만 3분기 내수 부진이 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2.9%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2분기만 놓고 봤을 때 승용차, 의복, 오락·취미·경기용품, 음식료품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은 5개 분기 연속 하락세이고, 33개 도소매 업종의 재고율(在庫率)도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늘면서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 들어 소폭 상승세이던 투자마저 다시 위축세다.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는 소비심리를 더 가라앉게 만들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구매했다가 고생만 실컷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다 일본은행의 기습적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증시 폭락을 경험하면서 불안감은 훨씬 더 커졌다.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強迫)이 생기면서 소비는커녕 투자마저 조심스럽다. 내수 부진은 경제성장세를 마이너스로 돌려놓았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2%로, 이전 5개 분기 성장 기조를 무너뜨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췄다.

장바구니 경제는 국민 살림살이의 척도다. 수출이 늘고 통계상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피부로 와닿는 경제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 한 서민들은 지갑을 닫게 된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영업자 비율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구조조정 이야기도 한때 나왔으나 지금은 언급조차 없다. 특히 꽉 막힌 동맥경화처럼 돈이 돌지 않는 비수도권 경제 상황은 갈수록 심각(深刻)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풀려야 막힌 피가 돌 텐데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지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서울 집값 폭등이 우려되자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을 공급한다는데, 비수도권은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말라죽을 판이다. 자영업자와 비수도권이 배제된 경제정책은 반쪽 날갯짓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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