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내일이 더 기대되는 동구?

김유진 사회부 기자

김유진 사회부 기자
김유진 사회부 기자

'내일이 더 기대되는 동구'.

민선 8기 대구 동구의 공식 슬로건이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동구의 미래라는 좋은 뜻을 담았지만 최근 들어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구청장 부재 장기화, 구의원 중도 사퇴 등의 여파로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현재에 대한 실망이 커지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지난 6일 한동기 전 대구 동구의회 구의원은 돌연 '일신상의 이유'로 급작스레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퇴 이유를 묻는 기자의 연락에 "동구에는 구의원이 17명이나 있고 내 지역구에도 의원들이 많은데 뭐가 문제냐. 꼭 구의원 자리에 있지 않아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사퇴 소식과 사유를 확인하는 기자에게 "왜 이런 걸 기사로 쓰냐. 죄송하다고만 써 달라"며 도리어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선거철 '한 표'를 호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에 유권자들도 불쾌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한 전 구의원 지역구의 안심3동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임기가 2년이나 남았는데 활동량도 많은 분이 사퇴해서 공백이 심히 우려되고 주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지자체의 예비비 등을 투입해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최소 5억여원의 세금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싸한 '핑계'조차 대지 못하는 한 구의원의 사퇴 방식은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구의원의 사직서를 수리한 동구의회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도 거세다.

지역 주민을 씁쓸하게 하는 소식은 앞서도 또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의 부재도 실질적으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윤 청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확대간부회의나 구청장·군수 협의회 등 중요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와병설'이 공론화된 이후에도 공식 해명 없이 감감무소식이다. 그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열린 예산정책협의회 날에도, 지난달 발생한 동촌유원지 수해 현장에도 공식적으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해 현장에서 단체장이 모습을 감춘 것과 관련해서는 공개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침수 피해를 입은 동촌유원지 일대를 방문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구청장 문제로 동구 행정이 엉망"이라는 취지로 호통을 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상인들 중 "구청장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어딜 가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수해 현장에도 나오지 않을 수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때문에 도매금으로 같이 비판을 받는 동료 구의원, 구청 직원들은 물론 지역 유권자들의 실망감과 상처도 심각하다. 한 구의원의 사퇴 소식을 전하는 뉴스 댓글란에는 '지방의회 무용론'이 메아리쳤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책임론까지 거론됐다. 윤석준 동구청장에 대해서는 '침묵이 답이 아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누적되고 있다.

공무원, 더 넓게 공직자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 '퍼블릭 서번트(public servant)'는 다시 풀어쓰면 공복(公僕)이다. 이름에 걸맞은 역할과 자세를 기대하는 것이 과분한 요청일까.

벌써 내년이면 지방선거가 부활하고 34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로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시대로 접어든 지 30주년이 된다. 그럼에도 내일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보다, 현재에 대한 실망부터 줄여 달라는 씁쓸한 목소리가 커지는 요즘이다. 유권자 무서운 줄 모르는 지방자치, 이제는 변할 때도 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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