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와 야권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 관장 임명 등을 이유로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김 관장 임명에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관장에 전두환을 임명하는 꼴"이라고 비판했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해임시정부가 우리 정부의 시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일제의) 밀정'에 비유하기도 했다. 야권은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促求)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야권과 일부 독립운동 관련 단체에서 광복절 기념행사에 불참하겠다는 배경에는 '친일인명사전' 오류(誤謬) 수정 필요성을 제기한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 관장에 대한 거부감과 대한민국 건국일을 둘러싼 논쟁이 있다. 불공정하고 편파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친일인명사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어째서 문제인가? 문제 될 게 없는 지적을 문제 삼아 김 관장을 '친일파'로 몰아세우는 것은 영락없는 마녀사냥이다.
대한민국 건국 시점 논쟁 역시 논쟁거리가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대체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우파 측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문재인 정부와 당시 운동권 참모들 및 좌파 진영은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1일을 건국일로 주장한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보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法統)을 계승함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것(다시 말해 '정통성'을 계승하는 것)과 대한민국 건국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국가 성립 3대 조건은 국민, 영토, 주권이다. 4대 조건(국민, 영토, 정부, 외교 주권)으로 보는 이론도 있다. 둘 중 어느 기준이든 상해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볼 수 없다. 임시정부는 한반도를 배타적(排他的)으로 지배하지 못했고, 그 외 어느 영토도 배타적으로 지배하지 못했다. 국민을 실효적으로 통치하지 못했으며 외교 주권을 인정받지도 못했다.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건국으로 보는 것은 '정신 승리'에 불과하다. 1919년 이미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면 이후 항일 독립운동은 무엇을 위한 '투쟁'이었다는 말인가.
집 없는 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주택적금을 붓기 시작한 시점을 '내 집을 마련한 시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 온 것과 대한민국 건국은 다른 이야기다.
야권의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일제 밀정' 발언,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대해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관장에 전두환을 임명한 꼴'이라는 비난은 팩트와 무관한 선동(煽動)에 불과하다. 근거도 없이 '반일 감정'을 부추겨 정부를 흔들겠다는 말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실제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내가 일제의 강점을 옹호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하나라도 갖고 오라"고 밝혔지만, 야권은 반대 주장만 할 뿐 그런 증거를 대지는 못 한다. 광복회 또한 김 관장의 역사관을 문제 삼으면서도 '역사관에 대해 공개 토론하자'는 김 관장의 제안에는 '논박(論駁)할 가치가 없다'는 말로 빠져나가 버린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볼 수밖에 없다.
광복절 기념식과 김 독립기념관장에 대해 야권이 파상 공세(波狀攻勢)를 펴고 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차분히 좀 지켜보자.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역사 문제, 사드 문제, 광우병 문제 등 역사적·국가적 쟁점 사안(爭點事案)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무기력·무사안일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야당은 대통령을 향해 '밀정'이라고 하고, 국회에 반대 결의안까지 제출하며 선동하는데 남의 일 보듯 한가하다. 야당의 공세에도 여당이 정면 대응하지 않으니 전후 사정을 명확히 모르는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게 이념 싸움, 역사 전쟁에서 밀리고 난 뒤에 이재명과 조국 개인의 잘못을 백날 비판해 봐야 옳은 일 하는 야당 인사에 대한 정부 여당의 터무니없는 탄압(彈壓)으로밖에 더 보이겠나. 싸워야 할 자리에서, 싸워야 할 때, 싸워야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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