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暴炎)이 20여 일째 지속되고 있다. 올여름 온열질환자는 2천300명에 이른다.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 이후 가장 많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1명이다. 폭염은 당분간 누그러질 기미가 없다고 한다. 불경기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서민(庶民)들과 취약(脆弱)계층의 삶은 고통스럽다.
역대급(歷代級) 폭염은 전력 사용량을 폭증시키고 있다. 1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기준 최대 전력 수요는 94.5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93.8GW를 넘어선 것으로, 일주일 만에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을 경신(更新)했다. 최근 3년간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2021년 91.2GW ▷2022년 93GW ▷2023년 93.6GW다.
폭염보다 무서운 것은 전기 요금 폭탄이다. 전기 요금이 걱정돼 냉방 기기 사용을 자제하던 서민들도 기록적인 무더위 앞에선 전원을 켤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은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맞으려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렵게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전기료 폭탄은 재앙이다. 폭염은 과거와 양상이 달라졌다. 특이한 이상기온이 아닌, 기후 재난(氣候災難)이다. 따라서 정부는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취약계층, 서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전기료 감면(減免) 같은 생계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6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폭염기 전기 요금 감면을 민생 법안으로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했다. 이미 국회에는 전기료 감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끝없는 여야 정쟁(政爭)으로 후속 조치는 더디기만 하다. 국민의힘은 한시적 전기료 누진제(累進制) 완화를 정부에 요청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취약계층에 중점 지원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폭염은 이미 7월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정치권과 정부는 이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어디 있나. 그마저도 손발이 척척 맞지 않는다. 국민 고통을 이해한다면, 입법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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